I dared to call Him Father
실로 한편의 대 서사시를 읽고 난 기분이다.
이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주인공 빌퀴스 쉬이크 여사는 파키스탄의 무서운 이슬람 문화권을 과감히 박차고 뛰어나와 참 진리인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 함으로서 놀라운 용기의 전형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모진시련과 핍박을, 아니 어쩌면 목숨을 내 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절대 절명의 운명을 예견하면서도 끝까지 주님만을 의지하고 담대히 고국 파키스탄을 뒤로 한 채 새로운 땅, 미국으로 도망쳐 나온다.
고관대작이었던 남편과의 이혼 후, 어린 외손자 마무드를 데리고 호화롭고 고풍스런 저택에서 외로이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문득 서양 선교사 부부가 혜성처럼 나타나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이슬람의 알라 신은 참으로 무섭고 딱딱하고 정의롭고 타협이 없고 용서가 없는 그들만의 신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어느 순간 하나님을 아버지, 나의 아버지라고 소리 내어 불러 보았다. 어린 소녀시절 잘못을 저지르고 훌쩍훌쩍 울고 있을 때 육신의 아버지가 그의 우람한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으며 위로해 주던 그 따스한 기억이 되살아 난다.
“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 하나님…”
성경을 읽으며 그녀는 또렷한 사랑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그 옛날 육신의 아버지의 다정했던 음성 같기도 하다. 그녀는 마침내 하나님의 임재 속으로 들어가 참된 평안과 확신을 얻는다.
무겁고 눅눅했던 모든 짐을 그 분 앞에 벗어 놓는다.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은 바로 돌로 쳐 죽이는 숨막히는 이슬람 문화권을 그녀는 몸서리치며 거부한다. 그녀의 옛사람은 죽고 이제 마침내 물세례를 받는다. 하지만 만일 파키스탄의 지역사회와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녀의 배교사실이 탄로나면 그 지역사회와 가족들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사랑스런 마무드를 그녀로부터 빼앗아 갈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어린 손자와 함께 거대한 점보 제트비행기를 타고 마침내 파키스탄의 수도 카라치 공항을 떠나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향한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그녀는 기내의 여러 신도들과 함께 기쁨에 겨워 이 찬송을 부른다. 감동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녀는 가슴 깊은 곳에서 넘쳐나는 감사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따금씩 책을 놓고 명상에 잠기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용기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평안과 기쁨을 얻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녀는 지금 사랑하는 조국 파키스탄을 가슴에 안고 캘리포니아의 작은 집 뒷동산에 외손자 마무드와 함께 새로운 정원을 꾸미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그녀의 발걸음을 인도하셨다.
1974년 가을 나는 미국 미시건주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유학 길에 올랐다. 그때 LA를 떠나 시카고로 가며 미 국내선 United 항공을 타고 광활한 미대륙을 건너며 저 멀리 아래로 도도히 흐르는 미시시피의 물줄기를 내려다보았다. 아… 하나님은 위대하시구나….
그리고 얼마 후 Paul Little 박사의 부흥회가 있었는데 특별히 나를 기억하고 돌봐 주던 그리스도인 노부부와 함께 부흥회에 참석한 나는 풍성한 은혜를 받았다. 인자한 얼굴에 흠뻑 미소 지으며 교회 입구에 서서 일일이 참석자들과 악수를 교환하던 Little 박사는 내 차례가 되자 자상하게 여러 가지를 묻고는 The Winning Ways 라는 소책자를 주며 꼭 읽어보라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에 접했다. 미시건 주와 토론토를 잇는 고속도로상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하나님 곁으로 간 것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긴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늘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심을 알고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빌퀴스 쉬이크 여사가 그의 여생을 하나님과 동행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글/ 강계형 (글무늬문학사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