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세상 떠난 남편의 빈 자리와 깊어만 가는 질병

마이 에이지드 케어 신청 통한 정부와 복지기관 도움으로 회복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갖가지 질병이나 사고 등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문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칼럼은 또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과 어려움 가운데서도 이를 잘 극복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힘과 위로를 주고 더 나아가 호주사회로의 융합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됐다. <편집자 주>

 

01_호주에 들어온 지 몇 년 안돼 받은 남편의 폐암 선고

올해 70대 중반인 나는 은퇴 후의 새로운 삶을 호주에서 지내기로 결심한 남편을 따라 1997년 호주로 이민 오게 되었다. 장성한 두 아들은 이미 각자의 가정이 있어 한국에 남기로 했다.

낯선 타국에서의 새로운 환경과 영어를 못하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늘 자상하게 보살펴주는 남편을 믿고 의지했기에 두려움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호주 입국 후 우리 부부는 비교적 순조롭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갔다.

이런 가운데 남편이 갑작스럽게 폐암 선고를 받은 것은 호주에 들어온 지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암 선고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편은 오히려 혼자 남을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민생활에 안정적으로 정착해나가고 있다고 판단한 남편은 앞으로 내가 혼자서도 잘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유언처럼 남겼고, 다니던 교회와 지인들에게 아내를 잘 부탁한다며 2008년 내 곁을 떠났다.

암 진단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너무나 황망했다. 늘 세심한 부분까지 보살피던 남편의 부재로 나는 마치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것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신앙의 힘과 지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두려움과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국 땅에서 가족 없이 혼자 지내는 외로움에 더해 남편의 빈자리가 더욱 느껴졌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한 날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또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나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늘어났다. 디스크, 좌골 신경통, 관절염, 무릎, 발에 이르기까지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02_아파도 돌볼 가족 없는 나에게 힘이 돼줄 My Aged Care 소개

이렇게 아프면서도 깔끔한 성격에 청소기라도 돌리면 허리가 더욱 아파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편은 생전 한국과 달리 집 내부가 카펫이라 힘들다며 언제나 청소를 전담했는데 카펫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청소기를 돌리다가 너무 힘들어 주저앉아 울기도 여러 번이었다.

남편이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2015년 3월경, 친구의 소개로 모임에 참석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수시로 찾아오는 허리 통증으로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웠고 갑자기 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남들에게 이런 아픔을 보이는 것도 내키지 않아 모임 중간에 나오게 되었는데 그 때 카스의 시니어그룹 지도선생님이 뒤따라 나서 집까지 태워다 주었고 그 간의 내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 선생님은 이날, 아파도 돌볼 가족이 없는 내 상황을 도울 정부기관이 있다면서 My Aged Care를 소개했다. 이후 마이 에이지드 케어 신청을 도와주고, 서비스 내용과 진행과정, 서비스 심사 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며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평생을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지한 채, 작은 일 조차도 혼자서 해결하기를 어려워했던 내게 용기를 주니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또한 하나씩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어 막막했던 내 삶에 큰 힘이 되었다.

본인의 일처럼 나서서 애써 준 카스 코디네이터 선생님 덕분에 2021년 1월, 8주 동안 단기집중치료서비스 (STRC)를 받았고 STRC후 4개월 만에 홈케어 서비스 (HAS) 승인을 받게 되었다.

 

03_카스 직원들, 내게 필요한 서비스와 각종 설비 꼼꼼히 체크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카스 직원들은 내게 필요한 서비스와 집안 안전을 위한 설비, 수리가 필요한 부분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주었다. 또 물리치료 및 마사지를 받아 건강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가운데 일상생활에서의 케어를 담당할 서포트 워커도 배정해주었다.

단기집중치료 8주 기간 동안 재활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아픈 곳이 서서히 회복되었다. 또한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서포트 워커는 집안 청소와 쇼핑은 물론 방문 때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혼자 있는 내게 친구가 되어주었다.

단기간 동안 나 한 사람을 위해 의료전문인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움직여주니 감사했고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회복이 되어 쓸쓸하고 외롭다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단기집중치료가 끝나고 현재는 홈케어 패키지서비스를 통해 카스서비스는 지속되고 있다. 카스가 진행하는 소셜서포트그룹에도 참석,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정성스럽게 제공되는 점심으로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는 기회도 생겼다.

코로나19 다운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그룹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줌 (Zoom)을 통한 그룹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석했고 격주로 보내주는 홈 서포트 프로그램을 하면서 사회적 유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주위엔 나를 위해 도움을 주는 분들이 정말 많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서 숨어 울지 않는다. 나를 위해 항상 애쓰는 코디네이터 선생님들과 서포트 워커들, 노인복지를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카스의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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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노인복지팀 상담 및 문의: 02 9718 8350, 0427 137 605, Sonia_Rennie@cass.org.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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