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잡아당기다

시간이 출렁거렸다

잡아 주는 것이 답이었을까

 

시작은 십사 년 전

작은 박스에 담긴 어린 숨 내치지 못해

밀당의 고수와 동거한 순간들

반지르르한 모피, 호리는 눈

케트웍 (cat walk)에 충분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모델 티 덜 내고 세수도 안 하더니

조막만한 턱뼈 암이 먹어버리니

침이 고드름처럼 열려도

눈은 무언가 핥고 있었다

간간이 바닥에 그려지는 붉은 꽃무늬

민망한 쪽은 그가 아니었고

물 한 방울 그의 몫이 아니었을 때

출렁거리는 시간

수의사는 속내를 감추고 들어오고

고양이의 야성을 배신한 바늘

공기를 잠시 깊게 찔렀다

 

부겐베리아 나무

웅크린 모양만큼만 터를 내주고

하얀 꽃잎 떨구었다

 

 

공수진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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