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나는 세상 vs. 거짓말 억지 세상

얼마 전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접한 이야기인데 작지만 커다란 울림을 주는 내용이라서 공유해봅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시장 인근에서 손수레가 길가에 세워둔 아우디 승용차 옆을 지나다가 긁은 사건이라고 합니다.

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손자가 할머니의 손수레를 끌고 가다가 도로 코너에 서있던 승용차의 앞면을 긁어버렸습니다. 이를 본 할머니는 얼른 손자를 멈추게 하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고 할머니의 놀라고 걱정스런 표정을 바라보던 손자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어린 손자의 손수레 끄는 솜씨의 부족이려니 하고 할머니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법한 순간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승용차 주인에게 어떻게 해야 이 사실을 알릴 수 있을지 걱정을 하고 있었고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손수레 안에는 콩나물 한 봉지와 손자가 좋아할 바나나 한 송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 글을 기고한 사람은 그 콩나물과 바나나를 보는 순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비록 가난하게 살지만 남의 차에 손수레로 커다란 상처를 내고 그냥 돌아설 양심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학생이 할머니가 휴대전화가 없어 승용차 차주에게 연락을 못하는 것을 보고는 차 앞에 있는 명함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10여분이 지나 40대로 보이는 차주와 부인이 나타났습니다. ‘첫 번째 보석’이 할머니라면 ‘두 번째 보석’은 여기서부터였습니다. 그들은 오자마자 대뜸 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차를 주차장에 두지 못하고 이렇게 도로에 주차해 통행에 방해가 되게 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차주의 부인은 울먹이는 할머니의 손자를 오히려 미안하다며 달래줬습니다.

이 글을 기고한 사람은 “돈이 많고 잘 살고 그런 것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차주 부부의 인성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집에 오는 내내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공부보다는 저런 인성을 더 많이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세 번째 보석’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우디코리아가 이 차주를 수소문해 고객센터로 연락을 주면 수리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별것 아닌 듯싶지만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가슴 뭉클한 이야기였습니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 팔려서 어떡하나?’ 요즘 한국사회, 어쩌면 세계 여러 나라들을 발칵 뒤집어놓은 가히 폭탄 같은 한 마디입니다. 저도 문제의 발언을 0.25배속, 0.5배속, 0.6배속, 0.7배속, 0.8배속 그리고 정상속도로 아주 아주 여러 차례 들어봤습니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기상천외한 주장을 펴는 사람들과 집단도 있지만 그 때문에 파생된 ‘태극기 휘바이든’이라든지 ‘조날리면’이라는 조롱과 빈정거림은 결코 피할 수 없을 만큼의 ‘빼박’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외교현장에서 조심성 없게 이런 류의 막말을 내뱉은 것 자체가 정말 심각한 문제임에도 그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거짓말과 우기기, 뒤집어씌우기로 일관하고 있는 걸 보면서 참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쉽게 이해하고 용서하기는 어려운 대목이지만 그나마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짧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 사안을 자꾸자꾸 더 키운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습니다. 막말보다 더 심한 게 거짓말이라던데 거기에 막무가내 우기기, 적반하장 뒤집어씌우기까지 3단콤보를 만들어나가는 ‘이상한 사람들’이 앞의 ‘아우디 승용차와 손수레’ 이야기와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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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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