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뮤직 차트

마스코트 마스코트

일터를 알리는 멜로디가 아침 햇살을 두드리면

리듬을 타고 역을 빠져 나오는 몸 성치 않은 노동자들

길 위의 그림자가 천천히 일어선다

안녕 쿠앙 안녕 올림피아

 

굽어진 철로를 돌아오느라 한편으로 기우는

기차의 중심을 붙들고 있던 구부정한 몸짓으로

쿠앙이 고개를 돌린다

안뇽 킴

그들에게도 모국어는 있지만

몸에 비스듬히 달라붙는 콩글리시 인사

안뇽 안뇽

 

앉으며 기울어지는 다리 짧은 그리스인 올림피아나

실밥 풀린 인형처럼 고개 헐렁거리며 걸어가는 필리피노 쿠앙

꼿꼿한 것들을 접어야 하는 삶

박스 접기를 배우다 말고 늘어지는 오후

하우 두 유 세이 아이 러브 유 인 코리안?

박스를 따라 접히던 손바닥에 Saranghae를 써주자

스물네 살 제임스도 싸랑해

쉰네 살 알렉스도 싸랑해

 

어느새 사랑이 굽이치는 물결에

올림피아의 다리는 길어지고

쿠앙의 등이 펴진다

경계를 풀어놓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가

호주장애인직업센터의 뮤직 차트를 달리며

나도 따라 부르는 고향노래 사랑해 사랑해

 

김인옥 (시동인캥거루 회원·2017년 여름 ‘문학나무’ 추천작품상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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