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의 묘약

어느 서양 시골 부부가 부부싸움을 크게 했다. 남편은 너무 화가 나서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 쓸쓸히 집을 나섰다.

길을 따라 한참을 걷고 있는데 이상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농부는 직감적으로 산속 어딘가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숲으로 들어가보았다.

우와! 멀지 않은 곳에 아름드리 뽕나무에 새카만 오디 (mulberry)가 주렁주렁 익어서 먹음직하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정신 없이 오디를 따서 먹는다.

농부는 그토록 크고 맛있는 오디를 먹어 본적이 없었다. 그 생각을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농부는 집으로 정신 없이 달려갔다. “여보, 내가 당신에게 정말 놀라운 것을 보여 주겠어.”

아내는 헐떡거리는 남편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숲으로 따라왔다. 오디 숲에 도착하자 아내가 소리를 질렀다. “어머! 오디다! 굉장하다!” 아내는 오디를 보자마자 탄성을 지르며 허겁지겁 오디나무 가지 위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오디를 실컷 따먹다가 가지 사이에서 얼굴이 마주치자 즐겁게 깔깔 웃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옛말에 ‘화난 집에는 호박범벅을 쒀다 주라’는 말이 있다. 뜻밖에 호박범벅을 보면 화가 풀릴까? 뜨거운 호박범벅을 먹으려니 일단 할 말은 미루고, 다 먹은 다음에는 배가 불러서 스스로 화가 풀릴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우리도 오디를 따러 팬리스라는 곳을 다녀왔다. 팬리스는 시드니 불루마운틴으로 가는 중간 길목에 위치해 있다. 그곳 팬리스 메모리얼 (Memorial) 공원으로 언제부터 한국교민들이 오디를 따먹으러 다니기 시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오랫동안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곳을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보니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질 광경에 눈이 황홀하였다. 그 큰 공원에 가로수라는 가로수는 전부 오디나무였다. 솔직히 오디나무가 너무 많아 갑자기 전의(?)를 상실한 오디꾼들이 따야 할 오디는 안 따고 그냥 오디나무 아래에 둘러 앉아 준비해간 도시락만 먹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나 저렇게나 오디나무 아래에서 웃음꽃을 함빡 피웠으면 됐다.

가만히 보니 오디 따는 방법도 이상하였다. 나무 아래서 가지를 휘어잡아 익은 오디를 따먹거나 나무 위에 올라가서 가지에 매달린 오디를 따는 것이 보통이련만 그곳에는 맨손으로 오디를 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디나무 아래 넓은 비닐을 깔아 놓고 오디나무를 흔든다.

“사돈집 외 깎는 방법도 다 다른 벱이여… 우야 둥둥 오디만 많이 따면 되는 것 아녀?” 신기해서 들여다보는 나를 향해 마음씨 좋게 생긴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이 씨익 웃으며 친절히 오디 따는 시범을 보여주신다.

우두둑, 우두둑, 오디는 우박처럼 쏟아진다. 금방 한 말들이 아이스박스에 오디가 가득 넘친다. 여기저기서 우두두둑… 공원 가득 오디 터는 소리가 싫지 않다. 오디 타작마당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는 그저 어리둥절… 호주 사람들은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고 전부가 한국 사람들이었다.

사실 어제 오전에 한국에 사는 친한 친구 윤이한테서 울먹이며 전화가 왔었다.

“나… 남편과 도저히 같이 못 살아…”

“(침묵…) 그럼 어떡해?”

“아파트를 하나 사서 따로 살아 보고 싶어.“

요즘 한국은 부부가 따로 사는 게 유행이라더니…. 우선은 시간에 맡겨보자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만날 수 없는 친구도 불현듯 떠오른다.

바로 펜리스로 오디를 따러 같이 갔던 친구이다. 웃는 모습이 예쁜 그 친구는 가끔 카톡만 보내고 통 만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윤이가 한국에서 놀러 왔을 때 다 함께 만났던 우리는 즐거움을 나누던 친구였는데… 그 젊은 날들이 맛있게 익은 오디 맛처럼 그립다.

빛 바랜 사진을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오디가 익을 때쯤 윤이 부부가 다시 시드니에 와서 모두 함께 오디를 따먹으러 가 볼까?’ 봄볕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글 / 권은혜 (글벗세움 회원·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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