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낚시야!

바다 멍, 하늘 멍, 수평선 멍…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이며 행복이며 즐거움이었습니다. 비치에 여유롭게 꽂혀 있는 두 대의 낚싯대… 바람도 적당하고 파도도 좋아서 그야말로 낚시하기 딱 좋은 날이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모처럼 낚싯대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놀이터(?)로 향하는 한 시간 남짓 동안의 소풍 길… 옆자리의 아내가 김에 밥을 싸서 연신 제 입에 넣어줍니다. 이런저런 주전부리들도 그치지 않아 낚시하러 가는 과정 자체도 우리에게는 이미 충분한 기쁨입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새벽 낚시를 끝내고 돌아간 자리에 우리의 의자를 펼쳤습니다. 그리고는 낚싯대를 던져놓고 시작되는 신선놀음?! 저는 어린아이처럼 파도에 발을 담근 채 백사장 여기저기를 거니는 걸 좋아합니다. 우리의 낚시는 늘 그렇게 아이들 장난처럼 이뤄집니다. 정작 중요한 물고기는 잡으면 좋고 안 잡히면 말고….

운이 좋았습니다. 낚싯대를 던져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힘겨루기를 시작합니다. 한참 밀땅을 한 끝에 우리 앞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녀석은 65센티미터쯤 되는 연어 (Australian Salmon)입니다. 키도 크고 덩치도 제법 쓸만한 놈입니다.

아내와 힘찬 하이파이브를 하고 돌아서는데 아내가 다시 쏜 살 같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른 뜰채를 들고 아내 곁으로 갔는데 아내가 낚싯대를 저한테 넘겨줬습니다. “아… 릴링을 하다가 낚싯대를 넘겨주면 놓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녀석과 열심히 싸움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이지 바로 눈 앞에서 녀석이 바늘을 털고 도망을 쳤습니다. “아, 빠졌다, 빠졌다, 빠졌다….” 찌질한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파도 속으로 도망치는 녀석의 모습에 ‘도시어부’에서 물고기를 끌어올리다가 놓치기를 잘하는 이덕화 씨의 얼굴이 순간 오버랩 됐습니다.

원래 놓친 물고기가 더 커 보이는 법… 아쉬운 마음에 낚싯대를 정리하려는 순간, 다시 아내가 또 다른 낚싯대를 향해 내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실수 없이 또 한 녀석을 끌어냈습니다. 금상첨화… 낚시터에 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가득인데 그렇게 물고기까지 잡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집니다.

그날은 물고기가 많이 나오지를 않아 우리만 그렇게 두 마리를 잡았습니다. 아내에게 어복이 집중됐고 저는 비록 놓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손맛은 제대로 봤습니다. 얼떨결에 끌려 나온 제법 큰 게 한 마리까지…. 그날은 연어든 테일러든 물고기들은 잘 안 나오고 바다 안에 얼마나 많은 게들이 집합해 있었는지 한 마리씩 통째로 던져 넣은 정어리 미끼를 귀신 같이 훔쳐가곤 했습니다. 그야말로 ‘게 판’이었습니다.

그렇게 세 시간 남짓 낚시를 즐기다가 근처 지인의 집에서 직접 뽑은 손칼수까지 먹고 나니 포만감까지 더해졌습니다. 큰 거 한 마리를 칼국수 값(?)으로 지급하고 우리는 그보다 조금 작은 물고기를 챙겼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그렇게 물고기를 잡은 날은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왠지 편안하고 여유롭습니다.

델타변이로 인한 코로나19 록다운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 우리는 기적처럼 11kg이 넘는 괴물 갑오징어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녀석이 어찌나 크고 무겁던지 아내와 둘이서 끙끙대다가 옆에 있는 호주 청년들 두 명이 달려들어 겨우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시작된 코로나19 록다운으로 106일 동안을 꼼짝도 못하고(?) 갇혀 지냈던 시간은 정말이지 답답함 그 자체였습니다. 평소에는 모르고 지냈던 소소한 일상… 뭐든지 없어 봐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내에서는 물론,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서로서로 조심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어렵게 다시 찾은 소중한 우리의 일상… 우리의 부주의나 방심으로 또 다시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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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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