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겨울 산을 오른다

 

등을 보이며

누워있는 바위

 

함께 밤을 보내고도

남남처럼 서 있는 나무

 

골짜기로 몰려와

뒹굴며 부벼대는 낙엽들

 

깎아지른 절벽 위

홀로 푸르른 노송

 

모두 다, 제 생, 제 각 각, 잘 살고 있다

 

정상에 올라

상념 가득 담긴 배낭을 풀어 날려 버린다

미련까지

 

한결 가벼워진

삶의 무게를 메고 산을 내려 온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글 / 이흥순 (글벗세움 온라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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