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짓들인가

붉은 신호등이면 멈추고, 황색 신호등이면 멈출 준비를 하고, 파란 신호등이면 간다는 것은 법을 지키는 거다. 법을 지키는 국민을 선진국민이라 하고 그들이 사는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지칭한다.

사람들은 뉴질랜드를 선진국이라고 한다. 선진국이라 하면 고도의 산업 경제 정치력을 이룬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민들의 삶의 질, 생활환경, 질서의식 등의 수준이 높다. 살기에 유족하고 내 삶이 침해 받지 않는다. 준법정신이 몸에 밴 수준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뉴질랜드로 이민 온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이 나라의 정치 교육시스템, 의료시스템, 사회복지제도 등을 접하면서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보다 더 큰 자부심을 느낄 때가 운전할 때다.

바로 회전교차로인 ‘라운드 어바웃 (Round about)’이라는 교통시스템이다. 교통신호등이 없는데도 완벽한 교통질서가 이뤄진다. 그곳에서 사고 나는 일은 거의 없다.

준법정신의 산 교육장이다. 운전자의 우측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나다. 라운드 어바웃에서 법을 지키지 않고 서로 먼저 가겠다고 머리를 들이민다면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너무나 뻔하다. 양보와 배려와 질서와 법이 지켜지는 현장이 라운드 어바웃이다.

한 국가의 시민이 되면 가장먼저 지켜야 하는 것이 그 국가의 상식과 법이다. 상식이란 것은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소 이질적인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을 지키는 것에서 문화의 차이를 거론할 수는 없다.

우리는 국제화시대에 살고 있다. 다민족이 모여 공생하는 시대다. 뉴질랜드만해도 여러 민족이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나라다.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다민족이 공존하는 곳에서 내가 속한 민족이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아가려면 그 나라의 상식과 풍습을 존중하고 무엇보다 투철한 준법정신이 필수다.

이것은 이민자의 기본자세다. 특히 뉴질랜드에서의 준법정신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뉴질랜드는 애인의 음주운전을 덮으려던 경찰청장이 단속경찰관에게 적발돼 퇴직을 당하는 나라다.

근자에 정말 어처구니없고 참담한 소식을 접했다. 명색이 교민들을 대표한다는 ‘오클랜드한인회’가 불법을 저질러 현지 일간신문인 뉴질랜드헤럴드 (The New Zealand Herald)에 대서특필 됐다는 거다.

‘제14대 오클랜드한인회장 박세태’가 재임하던 2018년에 한인회에서 ‘부정 취업비자 지원’을 했다는 거다. 특정인의 취업비자를 부정적으로 얻게 해 그 특정인의 딸을 뉴질랜드에서 무상교육을 받게 했다는 거다. 하여 뉴질랜드 국민들이 낸 귀한 세금을 정당한 곳이 아닌 부정한 곳에 쓰이게 했다는 거다.

박세태 회장 당시 오클랜드한인회는 존재하지도 않은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관리자’ 직을 허위로 만들어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고용관계당국에 제출했다는 거다. 고용관계당국은 ‘한인회’라는 단체를 믿어 특정인의 취업비자를 허용했고 그 딸은 무상교육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대체 뭐 하는 짓들인가? 정부 당국자는 한인들을 어떻게 인식할까? 참으로 기가 막힌다. 법을 준수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한인회’가 앞장서서 불법을 행사 했다니 개구무언 (開口無言)이다. 누구 말처럼 ‘어디서 해 처먹던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뉴질랜드에 와서까지 바르게 살려는 대다수 한인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한 거다.

이런 도덕성, 윤리의식, 법질서의식을 가진 인간들이 제14대 한인회를 구성하여 교민사회 리더라고 껍죽거렸다는 사실에 역겨움과 분노를 느낀다. 그들에게 묻는다. 쪽팔리지 않냐? 자존심도 없냐?

현 조요섭 오클랜드한인회장은 이 사실에 대해 ‘한인들의 망신’이라는 원론적인 유감표명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진정 한인회가 교민들을 대표한다면, 불법행위와 관련된 당시 한인회 관계자들을 발본색원 해야 한다. 한인회장의 권한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련된 자들은 한인공동체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또한 당시 불법행위를 하게 된 전후를 교민들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여성으로 알려진 특정인과 배후관계, 배후와 한인회 관계, 특정인과 한인회 관계도 밝혀야 한다.

한인회관 내에 ‘역대 오클랜드한인회장들’ 사진이 걸려있다고 한다. 교민들 비웃음을 사지 않으려거든 제14대 박세태 사진부터 내려라. 낯 뜨겁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모범적인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것이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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