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당신에게

2002년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구기란 선수’는 공격리시버 부분과 서브리시버 부분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다. 주최측으로부터 구기란 선수는 각 부분 각각 10만불씩 총 20만불의 상금을 받게 되었다.

주최측은 상금을 대한배구협회에 보냈다. 그런데 대한배구협회는 이 상금을 구기란 선수에게 알리지도 않고 전달하지도 않은 채 침묵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제서야 대한배구협회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상금의 일부를 떼내고 구기란 선수에게 지급했다.

구기란 선수는 개인에게 주는 상금을 배구협회에서 마음대로 가져가는 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수상 선수가 자진해서 협회에 찬조금을 내는 것과는 다르다고 불만을 제기했지만 대한배구협회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구기란 선수는 소송을 제기했다.

뜻있는 사람들이 ‘민나 도로보데스’라며 협회를 비난했다. ‘모두가 도둑놈들이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말이다.

그제서야 놀란 대한배구협회는 상금을 관례대로 구기란 선수에게 모두 지급했다. 덧붙여 ‘특별선수상’이라는 상을 추가로 만들어 증정하는 낯뜨거운 퍼포먼스까지 연출했다. 구기란 선수는 자신의 선수생명을 내놓을 각오까지 하면서 선수들 위에 군림하며 힘든 선수들 등치던 ‘협회’라는 도둑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무릎 꿇게 했다.

2021년 초 프로남자배구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은 배구선수 쌍둥이자매의 학폭 논란에 대해 “우리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경험이 있기에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그런 이상열 감독에 대해 삼성화재 배구선수 ‘박철우’는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겼다.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2009년 태릉선수촌에서 배구국가대표팀 소속으로 훈련 중이던 박철우 선수는 당시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이상열에게 모든 선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행을 당하게 된다.

얼굴을 비롯해 온몸에 멍이 들었다. 이 사실을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을 찾아가 말했지만 감독은 조용히 넘어가자며 외면했다. 박철우는 대한배구협회에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그러나 협회도 언론에 알릴 일이 아니라며 쉬쉬했다. 배구 관계자 선배들은 조용히 넘어가자고 박철우를 윽박질렀다.

박철우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이 크게 이슈화 되자 대한배구협회는 마지못해 대표팀 감독을 해임하고 이상열 코치에게는 무기한 자격정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2년뒤 이상열 코치는 국가대표로 국위를 선양했다면서 징계가 해제되고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으로 복귀했다. 이후 경기대 배구 감독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거쳐 KB손해보험 감독이 된다.

그는 그 후에도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박철우 건만 아니었으면 너도 맞았다”며 선수들을 몰아세운다.

박철우는 이런 폭력적인 감독이 반성 없이 다시 코트에 복귀해 감독으로 나선다는 것이 공정이냐고 항변했다.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이상열은 KB손해보험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박철우의 외로운 싸움 앞에 협회도둑들은 침묵했다.

너무 역겹고 분통이 터져 거론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민나 도로보데스가 어디 이런 족속들뿐이겠는가.

부패한 권력자들의 실체가 핵폭탄처럼 터진 LH투기사건, 성남시 대장동 개발에 얽힌 사태를 봐라. 도둑들이 만들어놓은 아수라장이다.

어떤 부패 기득권세력이 뒤에서 설계를 하는지, 어느 꼭두각시가 시행을 하는지 모르지만,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면 원주민이 혜택을 누려야 하고 지역주민이 잘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원주민은 헐값에 땅을 빼앗기고 조상대대로 살던 보금자리를 떠나 서러운 타향살이 신세가 된다. 그 자리는 해파리 같은 도둑들이 스며들어 손에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합창한다.

국회의원도둑, 판사검사도둑, 언론도둑, 관료도둑, 토건도둑, 세금도둑, 투기도둑 등등 수많은 묵시적 도둑들이 바로 그 해파리 같은 도둑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하는 거다.

당신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권력자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국민은 개 돼지다. 먹는 놈이 장땡이지. 좋은 게 좋은 거야. 서로서로 적당히 나눠먹으면서 살자”고 했던 말에 박수 치는가?

아무리 세상이 민나 도로보데스 판 이라고 할지라도 공정과 정의를 움켜쥐고 잘못된 것에 당당히 맞서는 곧고 바른 사람들이 있기에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어깨 펴고 살아가는 거다. 양아치 쓰레기처럼 살지 말라. 신동엽 시인의 시처럼 정말 제발 껍데기는 가라!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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