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엄마, 맞는 아이

네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엄마 앞에서 몸을 좌우로 흔들며 투정을 부리고 있습니다. 한국식품점 앞인 걸로 봐서는 엄마에게 뭔가 맛있는 걸 사달라고 조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엄마를 향해 떼를(?) 쓰던 아이는 급기야 길바닥에 주저앉아 다리를 버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와의 협상이(?) 결렬됐던 모양입니다.

엄마가 아이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 했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이 새끼가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한이 없어. 얼른 일어나지 못해? 이 새끼야!” 하며 여러 차례 ‘등짝스매싱’이 이뤄집니다. 결국 아이는 엄마 손에 이끌려 반강제로 차에 태워지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주변을 삼켜버립니다.

얼마 전 이스트우드 한인상가 밀집지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엄마한테 응석부리는 모습이 예뻐서 아빠미소 아니, 할배미소를 띠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아버린 겁니다. 어려서부터 우리아이들한테 단 한번도 손을 대본 적이 없었던 우리로서는 그 젊은엄마의 거침없는 욕설과 손찌검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엄마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아이에게 험한 말을 내뱉고 때리기까지 하는 건 그닥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김종원 작가가 ‘모든 부정어를 긍정어로 간단하게 바꾸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아래에 공유해봅니다.

“똑바로 앉아서 안 먹으면 혼난다” 혹은 “스마트폰 한번만 더 보면 갖다 버릴 줄 알아!” 또는 ​“저녁에 일찍 안 자니까 아침에 못 일어나잖아!” 식탁에서 밥도 잘 안 먹고 장난만 치는 아이들, 스마트폰에만 계속 매달려 있는 아이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아이들을 향해 하게 되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부정어보다는 긍정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부정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표현인 반면, 긍정어는 최소 두 번 이상 생각해야 나오는 귀한 표현인데 이 긍정어는 아이의 삶을 바꿀 정도의 소중한 가치를 품고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두 번의 생각이 더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첫 번째 생각은 ‘허락을 구하는 표현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부정어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명령과 지시를 의미하는 표현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인데 그게 말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게 됩니다. 최대한 아이에게 허락을 구한다는 기분으로 말을 하면 저절로 긍정어 형태로 완성이 됩니다.

두 번째 생각은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담는 것’입니다. 부정어로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말에 부모의 분노와 원망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지우려면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도움이 되려는 마음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지우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부정어를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방법으로 바꾸면 “똑바로 앉아서 안 먹으면 혼난다”는 “바른 자세로 먹으면 네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은데”로 “스마트폰 한번만 더 보면 갖다 버릴 줄 알아!”는 ​“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스마트폰 사용을 좀 줄일 수 있겠니?”로 ​“저녁에 일찍 안 자니까 아침에 못 일어나잖아!”는 “조금만 일찍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쉽게 일어날 수 있을 거야”로 변하게 됩니다.

​일상의 부정적인 표현들을 이처럼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긍정어로 간단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부모는 항상 아이에게 허락과 도움을 주려는 마음만 기억하면 됩니다. 부정어를 긍정어로 바꾸는 과정이 부모에게도 좋은 이유는 아이에게 들려주면서 그 좋은 말을 자신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로서도 아이에게 긍정어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허락을 구하며 도움이 되려는 마음을 누구보다 소중한 자신에게도 들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의 삶도 중요하지만 부모 자신의 삶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바램, 셋
Next article미셸 유의 미술칼럼 (48)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탄생 이끈 최초의 근대화가 프란시스코 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