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부침과 꽃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노릇노릇 맛있게 부쳐진 두부부침… 제가 몹시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워낙 두부를 좋아한 저에게 아버지는 ‘두부 통’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시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뜬금없는 한밤의 두부부침 파티를 가졌습니다.

저녁 일곱 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안 먹어야 살도 안 찌고 건강에도 좋다지만 피할 수 없는 유혹은 가끔씩 우리를 거침 없이 무장해제 시켜버리곤 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TV를 보고 있노라면 여기저기에서 먹는 프로그램들의 거침 없는 공격이 난무합니다.

요즘 우리가 TV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프로그램은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입니다. 이곳 시간으로 매주 월요일 밤 열 시에 방송되는데 절친들끼리 무인도에 들어가 1박 2일을 지내며 각종 해산물을 잡고 산나물도 채취해 직접 요리를 해먹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가 특히 부러워 하는 건 호주에서는 만날 수 없는 해삼, 멍게, 산낙지… 이런 것들입니다. 그들이 소라, 전복, 성게를 잡을 때면 이곳에서 ‘내손내잡’ 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낚시나 통발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걸 보면 당장이라도 낚싯대를 챙기고 싶은 충동이 일곤 합니다.

요리솜씨가 뛰어난 안정환, 현주엽, 앤디, 장윤정 등 출연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고 함께 간 일행들이 그걸 맛있게 먹어 치우는 걸 보다가 우리도 그 비슷한 음식들을 만들어 술잔을 기울인 적도 꽤 여러 번입니다. 그때마다 예외 없이 시계바늘은 밤 열두 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참아야 하느니라’를 잘 지키다가도 결국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겁니다. 그들처럼 내손내잡, 내 손으로 내가 잡아서 먹는 기쁨까지는 가지 못해도 먹는 즐거움만은 만끽할 수 있는 겁니다.

며칠 전에는 한 프로그램에서 두부를 노릇노릇 부쳐내는 걸 보다가 아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내는 두부 한 모를 뜯어서 맛있게 부쳐냈고 아들녀석은 덩달아 신이 나서 막걸리 세 통을 들고 올라왔습니다. 두부부침은 깨소금이 더해진 간장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일품이 됐고 시뻘건 양념을 뒤집어쓴 김치에 싸서 먹으면 아삭아삭함과 부드러움이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이뤘습니다. 밤 열두 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우리의 행복지수는 최고치에 달했습니다.

안 오른 게 없다. 코로나19 여파에 홍수피해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정말이지 거의 모든 것들이 심하게 올라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각종 채소와 고기, 생선 값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플래밍턴 마켓에서 한 박스에 5불을 주고 산 적도 있었던 양상추가 작은 거 하나에 6불이어서 깜짝 놀랐었는데 그게 12불까지 치솟았답니다. 이렇게 양상추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다 보니 KFC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도 이제는 양배추와 반반씩 넣기로 했답니다.

며칠 전에는 TV에서 싱싱한 꽃게를 반으로 갈라 주황색 알과 하얀 살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모습에 반해서(?) 아내와 함께 생선가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은행에 다녀오는 동안 꽃게를 사기로 했던 아내가 어쩐 일인지 빈손으로 나왔습니다.

“1킬로그램에 34불이래. 1킬로그램이라 해 봤자 세 마리 정도밖에 안 될 텐데. 너무 비싸서 못 사겠어…” 말끝을 흐리는 아내의 손을 이끌고 “에이, 무슨 소리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하며 생선가게로 다시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큰맘 먹고 꽃게를 2킬로그램 아니, 내친 김에 3킬로그램 사야겠습니다.

2년 반 전 타스마니아 여행에서 실컷 먹었던 생굴 맛을 잊지 못하고 있던 차에 바로 그 굴이 시드니에 공구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구매의사를 보이다가 한꺼번에 240불어치를 대량구매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포기해버린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꽃게로 달래줘야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밤쯤에는 노릇노릇한 두부부침을 한번 더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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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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