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모든 인간의 일반적 경향 중의 하나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멈추는 그들의 끝없고 쉼 없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ㅡ 토마스 홉스 (Thomas Hobbes)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보수세력인 현 정부여당의 참패로 온 나라가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배운 바로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다. 한데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저주와 비방과 변절의 한마당이다. 특히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내로남불과 인간 양면성과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가발 쓴 인물은 그들이 흠모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불법은 ‘귀틀막’으로 뭉개고 상대방의 작은 흠집은 천하의 불법처럼 공격한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인물은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장관으로 입각하더니 누가 봐도 뻔한 특권층을 위한 고속도로 비틀기 아부를 한다. 국민들이 호통치자 절대 아니라며 뻔뻔한 표정의 오리발이다. 이런 자존감도 없는 인물도 22대 국회의원 하겠다고 나섰다.

당의 중진이라는 인간은 후보 탈락해 당대표에게 악담하는 지원자를 꾸중하면서 선당후사 하라고 호통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후보에서 탈락하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아우성이다. 탈락자는 단식을 한다거나, 새로운 당을 만들거나, 상대 당으로 당적을 옮겨버린다.

5선국회의원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후유증으로 한쪽 다리에 장애를 입어 휠체어를 사용하여 국민들로부터 감성적인 응원도 받았다. 그런데 이 인물은 5선동안 소속된 정당이 모두 다르다.

그가 몸담은 정당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혁신공천을 주장했다. 새롭게 물려준다는 ‘의자’의 논리다. 그러자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그는 역시 그답게 이번 선거에서도 당적을 바꿨다. 그는 당적을 바꿀 때마다 ‘정치적 이념과 가치관의 변화’라고 주장했다.

국회여성부의장이라는 인물은 채용비리에 얽혀 후보탈락하자 자신을 국회부의장이 되도록 지원해준 동료들을 배신하고 어제까지 공격하던 이념과 정체성이 다른 붉은 당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뻔뻔하고 추악한 인간양면성의 표본이다.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실제로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해바라기 정치인이었음이 증명된 거다. 이런 인간이 국회여성부의장이다.

차기 국회의장을 노린다는 ‘고여서 썩은 물이 된’ 국회부의장은 후배의원들에게 정치인의 덕목은 깨끗함이라고 훈계했다. 그런데 자신은 뇌물돈봉투와 현금과일상자를 받았다. 사실이 들통나자 돌려줬다고 거짓말을 했다. 돌려줄 거라면 왜 받았는가? 결국 공천 취소를 당했다.

전 국무총리라는 인간은 정의롭고 의연한 척하더니, 몸담았던 정당을 저주하고 하루 아침에 새 정당을 만들어 밑바닥 인격으로 돌변했다. 그건 돌변이 아니고 가면의 웃음 뒤에 숨겨진 본바탕 품성이다. 경직된 사고와 욕망의 열매다. 자신이 뛰어난 알파메일인줄 착각하고 있는 거다.

선거 때가 되면 난무하는 선당후사라는 말은 자신의 권력쟁취를 위한 가식의 입바른 립 서비스일 뿐이다. 선당후사라고 떠들던 인간일수록 후보에서 탈락하면 항의 비난 저주를 퍼붓고 배신 탈당 변절을 쉽게 한다. 선사후당 (先私後黨)이다. 국민들 눈에는 권력에 눈먼 질 낮은 인간일 뿐이다.

그렇게들 몸부림치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 하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어쨌거나 개가 짖어도 선거는 끝났다. 앞에서 열거한 인물들은 모두 다 시쳇말로 정치인생 종쳤다. 후보 탈락했거나 비리가 드러났을 때 쿨하게 승복하거나 국민들 앞에 사죄했다면 기회는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바보처럼 눈앞의 욕망에 눈이 뒤집혀 뒤를 지워버렸다. 명색이 한나라의 지도층이 되겠다는 인간들의 철학 정체성 도덕성에 기가 찬다.

그런데 이런 저질들은 이것으로 끝일까? 더 있다. 원로정치인으로 행세하는 시장이라는 인물은 본인이 속한 정당이 총선에 참패하자 기다렸다는 듯 비대위원장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공격한다. “우리를 짓밟던 애다. 아이돌로 착각한 깜도 안 되는 얼치기다. 다시는 얼씬거리지 마라”며 비판이 아닌 무자비한 인신공격을 한다.

그러자 비대위원장 측근들이 되치기를 한다.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할 당시에는 지게 작대기라도 끌어내야 할 판이라면서 아부를 하더니 끈 떨어지고 힘 떨어지자 짓밟는다”며 그는 기회주의자라고 비웃는다. 선거 끝나자마자 헤게모니 싸움이다. 대한민국정치판의 내로남불과 비열함의 현주소다.

대중 앞에서 ‘디케’ 코스프레하는 가면의 인간들은 인생을 성난 파도처럼 달리기 때문이 아닐까? 잃어버린 것들에 집착하고, 모두 갖겠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은 우월하다는 침팬지수컷의 망상에 젖어있는 건 아닐까?

목련꽃 피는 계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옷을 갈아입었다. 그대의 남은 계절은 몇 번이나 옷을 갈아입을까? 해탈한 고승의 말처럼 다 덧없다는 인생이다. 남은 세월이라도 증오를 접고, 권력에 대한 욕망을 탁 놔 버리고, 진솔하고 가볍게 살면 어떨까?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서 해본 생각이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Previous article가족여행
Next article주택판매계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