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침대에 홀로 누워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시아’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이 카메라에 줌인 되는 순간, 그 모습이 너무너무 예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 한국 TV프로그램 ‘아빠하고 나하고’를 통해 딸 지은 씨네 가족과 부쩍 가까워진 탤런트 백일섭 씨가 얼마 전 지은 씨와 사위 김수찬 씨 그리고 세 손주 시연, 필로, 시아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여수로 생애 첫 1박 2일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빠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이곳 저곳들을 여행하며 맛있는 것도 먹고 아빠 친구들 그리고 작은 아빠 부부도 만나며 시간여행을 즐긴 지은 씨네 가족은 멋진 풀 빌라에서 하룻밤 둥지를 틀게 됩니다. 또 한 차례의 행복한 시간을 가진 후 잠자리에 들 시간… “난 할아버지랑 잘 거야!” 여행 내내 길을 걸을 때나 음식을 먹을 때나 단 한 차례도 떨어지는 일 없이 할아버지 껌딱지가 됐던 막내손주 시아가 할아버지 팔을 감싸며 한 ‘동침선언’입니다.

그리고 녀석은 할아버지 가방을 얼른 챙겨 할아버지 방으로 들여다 놨습니다. 그리고는 잽싸게 할아버지 방으로 먼저 들어가 침대에 누운 채로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시아를 보면서 가족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고 할아버지 백일섭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연말, 레몬트리 패시지에서 3박 4일 가족여행을 가졌을 때 우리 훈이도 시아와 똑 같은 행동을 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불편하셔서 안 된다’는 엄마 아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매일 밤 냉큼 우리보다 먼저 침대에 올라가 우리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는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 누워서는 우리를 향해 뭐라 한참을 재잘거리다가는 살포시 꿈나라에 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가을방학을 맞아 이번에는 서섹스 인렛에서 3박 4일 가족여행을 가졌습니다. 부데리국립공원에서 알록달록 예쁜 앵무새들에 둘러싸여 모이를 줬는데 훈이와 봄이는 앵무새가 팔이며 어깨며 머리 위에 올라앉는 신선한 충격(?)도 경험했습니다. 직접 먹이를 주면서 피부로 느꼈던 캥거루들의 몽글몽글한 입술의 감촉도 녀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을 겁니다.

라이온즈파크 와프에서 마침내 녀석들의 손으로 직접 낚아 올린 물고기들에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도 궁금합니다. 커드미라 비치에서 할머니가 사준 연 날리기에 열심이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잡아 올린 뚱뚱하고 커다란 연어들을 보고 달려와 환호하던 두 녀석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돌아오는 길… 봄보 헤드랜드에서 환상적인 주상절리를 만난 후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며 끓여 먹었던 라면 맛은 또 어땠을까요?

여수 가족여행이 끝난 며칠 후 시아가 할아버지한테 뷔페를 사주는 영상이 짧게 나왔습니다. 그 동안 세뱃돈이나 용돈을 알뜰히 모아 혼자 사는 할머니한테는 종종 뷔페를 사주던 시아가 이제는 할아버지한테도 뷔페를 사주게 된 겁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지난해 11월, 할아버지가 검사를 받느라 피를 많이 뽑았으니 고기 사먹으라며 모아뒀던 세뱃돈에서 거금 50불을 투척했던 훈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딸네 가족과 친해지기 시작할 무렵 문득 등장한 지은 씨네 가족 ‘말레이시아 이민 계획’은 백일섭 씨에게는 못내 아쉽고 안타까운 대목이었습니다. ‘안돼, 가지 마’를 마음 속에 담고 있었을 아빠의 마음을 헤아린 듯 딸 지은 씨도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어쩌면 아빠와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족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낀 백일섭 씨는 이미 제2, 제3의 가족여행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족여행…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좋은 점도 많지만 불편함과 피곤함도 뒤따를 수 있겠습니다.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갖고 싶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엄마 아빠로서는 자기 식구들만의 오붓한 여행을 좀더 선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에이든과 에밀리가 더 크기 전에 녀석들과의 여행을 통해 좀더 많은 추억 쌓기를 하고 싶어 짬짬이 딸아이 부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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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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