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가 즐거운 건…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낚시를 해보니까 알겠어. 물고기 한 마리를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를…. 그런데도 테레사네가 그 힘들게 잡은 물고기를 여러 사람들한테 나눠주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이 아내에게 건넨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물고기를 잡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명제인 듯싶습니다. 물론, 잘 잡히는 날에는 던지면 물고 던지면 물고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어쩌다 그런 거지 몇 시간 동안 찌만 노려보고 있다가 혹은 낚싯대 끝만 째려보고 있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어디를 가나 물고기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게다가 날씨마저 변화무쌍해서 적지 않은 고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낚시를 가는 이유는 그렇게 ‘가뭄에 콩 나듯이’라도 물고기를 잡는 쾌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낚시는 이곳에 와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해….’ 어쩌면 물고기를 못 잡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드넓은 바다를 마주하고 있을 때의 가슴 벅참이나 쏟아져 내릴 듯한 밤하늘의 별들과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도 우리는 늘 무한한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 반을 달려서 낚싯대를 펴지만 그곳으로 가는 과정 자체도 우리에게는 힐링의 시간들입니다. 맨날 마주하고 있는데도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우리는 차 안에서 여전히 즐겁습니다.

아내는 물고기 나눠주는 걸 참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는 어렵사리 잡은 갈치 한 마리를 3등분해서 함께 갔다가 못 잡은 두 팀과 나눴는데 평소에도 아내는 물고기를 못 잡고 빈 통으로 돌아서는 일행들은 물론, 가까운 지인들과도 나누려 애를 쓰곤 합니다.

그렇게 낚시는 가는 즐거움, 기다리는 즐거움, 잡는 즐거움, 나눠주는 즐거움이 함께 공존하는 취미생활입니다. ‘콩 반쪽이라도 나눠먹는다’는 우리 속담처럼 그렇게 물고기를 나누고 나면 아내의 표정은 더 많이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파도, 날씨, 바람, 물때… 이런 것들이 다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어떨 때는 파도도 잔잔하고 바람도 안 분다고 해서 가 보면 전혀 딴판으로 배신을(?) 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이 그런 때인지 툭하면 비도 오고 강풍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난 연휴 동안 두 번의 낚시 기회를 잡아 가까운 지인들과 물고기 잡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물론, 두 번 다 예보와는 달리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이 우리를 괴롭히기는 했습니다.

토요일 저녁, 우리는 대왕 갑오징어 두 마리를 잡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그 동안 세 번이나 눈 앞에서 녀석들을 떨구는 아픔을 겪었던 터라 이번에는 철저한 합동작전을 전개해 무사히 녀석들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녀석이 거의 다 끌려오다가 마지막 순간에 바늘을 뱉고 도망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그리고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 오후… 이번에는 비치 낚시에 도전을 했습니다. 살짝 우려는 하고 갔지만 생각보다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 거기에 미역도 많이 나오고 간간이 비까지 뿌리는 악조건인 데다가 물고기도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른 대가 넘는 낚싯대들이 모두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해질 무렵까지 딱 두 마리의 연어가 나왔습니다.

운 좋게도 그 중에 63cm짜리 연어 한 마리를 우리가 챙겼고 그 밖에도 60cm짜리 학꽁치, 37cm짜리 브림, 그리고 40cm를 넘나드는 테일러 세 마리가 우리 팀의 통에 담겼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고속도로변의 맥도날드…. 고작해야 일년에 몇 번 먹는 메뉴이지만 그날의 빅맥은 우리 일행의 행복을 열 배쯤 더해줬습니다. 그 안에는 함께 하는 즐거움, 서로를 위하고 챙겨주는 즐거움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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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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