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한일을 알고 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Manchester United)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Alex Ferguson)감독이 소속 선수가 축구팬과 SNS를 통한 불화로 물의를 빚자 해당 선수를 향해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쓸데없는 일에 나서지 말고 맡은 역할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프로선수는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경기력으로 말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에서 트위터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백만 가지나 된다. 그것을 할 시간에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라고 쓴 소리를 했다.

한국의 스포츠계가 시끄럽다.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혼란스럽고 경악스럽다. 프로여자배구 흥국생명 소속이면서 국가대표이기도 한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의 중학교시절 가해졌던 학교폭력이 들어나면서이다.

이들 자매가 저질렀던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21가지 피해 내용을 SNS를 통해 나열한 거다. 기다렸다는 듯 그 동안 숨죽였던 폭력사실이 곳곳에서 SNS를 통해 줄줄이 폭로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쌍둥이 자매의 가해사실이 알려진 것은 동생인 이다영의 ‘SNS질’ 때문이었다. 이다영은 선배이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명성을 얻고 있는 같은 팀 소속 선수를 추측하게 하는 저주의 SNS질을 했다.

이다영은 “괴롭히는 사람은 재밌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 나잇살 좀 처먹은 게 뭔 벼슬도 아니고 강한 자에게만 굽신거리고 약한 자에게는 포악해지고… 내가 다 터트릴꼬얌. 사람이 떠나야 사람이 보인다. 다음엔 너…”라는 등 수시로 SNS에 글 질을 했다. 자신과 불편한 특정 선배 선수를 저격하기 위한 글이었지만 이 글이 자신의 발등을 찍었다.

중학교 시절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으로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가던 피해자가 이다영의 SNS에 올려진 자신이 갑질 피해자임을 자처한 내용을 보고 쌍둥이 자매의 폭력을 터트려버렸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그들을 중징계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학교폭력의 시효는 없다. 10년전 20년전 일이 어제처럼 퍼져나간다. 가해자가 유명인이거나 스타 운동선수라면 학교폭력은 치명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재영 이다영을 국가대표에서 퇴출시키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게다가 쌍둥이 자매 어머니가 저질렀던 지난 날의 부적절한 영향력 논란도 SNS를 달궜다.

프로배구팀과 배구협회는 물론 대한민국 체육계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결국 쌍둥이 자매의 소속팀은 그들에게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어서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대한민국 스포츠를 엘리트 스포츠라고 한다. 어떤 종목이든 우수한 능력을 가진 특정 소수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운영된다. 우수한 소수의 특정 선수가 팀을 장악하고 소속 선수들은 그 선수를 위한 들러리가 된다.

못된 인성을 지닌 특정 선수는 팀의 권력자가 된다. 동료들을 수하 부리듯 한다. 제 맘에 들지 않으면 폭언 폭력을 행사한다. 감독과 지도자는 특정한 선수를 감싸며 그의 일탈을 외면한다. 운동부의 학교폭력은 언제든 발생하게 돼있다.

피해자는 굴욕을 견뎌야 한다. 그 굴욕은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엘리트 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다. 그것이 오랫동안 감춰진 부인할 수 없는 구조적으로 잘못된 대한민국 사회의 실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해자는 지나간 일이라고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피해자는 몸의 상처는 나아도 심리적 고통은 아물지 않는다.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가 없다. 이젠 소셜미디어가 ‘게임 체인저’가 돼버렸다. 소셜미디어는 네가 한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폭로한다.

이다영이 저지른 자신의 과거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지 않은 피해자 코스프레의 충동적인 SNS질은 자승자박이 되고 말았다. 어리석다.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고 자기가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라는 퍼거슨 감독의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은 그래서 더욱 깊이 와 닿는다.

이 말이 어찌 스포츠계에만 해당되겠는가. 귀한 시간을 타인을 음해하는데 낭비하고 있는 족속들에게도 해당되는 금과옥조 (金科玉條)처럼 새겨야 할 경구 아닐까?

당신은 어떤 음침한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사사건건 괴롭히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이 엄청 잘난 줄 아는 착각 속에 나설 곳 안 나설 곳 구분하지 못하고 누구에겐가 정신적인 폭력을 일삼고 있지는 않은가? 쓸데없이 설쳐대는 그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책이라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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