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지 말자

처음에는 그냥 ‘근육이 좀 놀랐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4월 12일이었으니 두 달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날따라 근력운동을 조금 세게 했는지 왼쪽 허리가 살짝 아팠습니다. 그러다 나아지려니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파지더니 점점 허벅지로, 종아리로 통증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별 것 아닐 거야’라는 생각에 평소처럼 GYM에서 근력운동도 계속했고 예정됐던 절친부부와의 3박 4일 여행도 다리를 절뚝거리며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문득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GP를 찾아 테스트를 받은 후 소염제를 받고 물 파스도 뿌리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시 병원을 찾아 MRI를 찍고 물리치료를 받고… 보다 적극적인 대처에 들어갔습니다. 근력운동을 중단하고 수영장에서 걷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이번에는 저의 주치의 GP를 만나서 보다 강화된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MRI 결과는 ‘허리디스크가 살짝 튀어나와서…’였습니다. 다행이 아주 조금이라서 꾸준한 운동과 치료로 해결이 가능한 상태였고 신경치료제 처방이 더해졌고 물리치료와 함께 수영에서 걷는 운동 그리고 허리디스크에 좋은 체조까지를 병행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를 고생하며 지냈더니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경우 또는 무거운 걸 들 때는 왼쪽 허리와 종아리 쪽에서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거 오래 가. 어쩌면 평생 고질병이 될 수도 있어”라며 겁을(?)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 또한 옛날과는 달리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몸뚱아리 하나는 자신 있었던 저도 더 이상은 까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짙게 듭니다. 그날따라 운동을 세게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옛날에 몸뚱아리를 함부로(?) 굴린 대가를 받는 건지 이제는 긴장모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잔뜩 겁을 먹은 상황에서 주치의의 제안대로 피 검사까지 해봤는데 다행이 이런저런 결과들이 모두 정상, 정상, 정상으로 나왔고 3개월전 검사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서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당 수치도 다시 안정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나이 생각 안 하고 음식도 안 가리고 술까지 엄청 마셨던 탓에 건강에 노란 불이 켜졌던 상태에서 ‘디스크 어쩌고…’ 하는 상황이 더해지니 말은 안 해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제가 너무 까불었던 탓입니다. 특히 연말연시 뉴질랜드 여행기간 동안에는 허구한날 술독(?)에 빠져 지냈는데 그 결과가 고스란히 나타났던 겁니다.

주치의와 아내에게서 동시에 옐로카드를 받아 들고는 음식 조심, 술 조심을 시작했고 GYM에서의 운동도 재개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허리 디스크가 사람을 또 한번 놀라게 만들었던 겁니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부터 정말이지 몸 관리 같은 건 생각지도 않고 겁대가리(?) 없이 살았는데 이제는 완전 쫄보가 돼버렸습니다.

요즘은 아내와 함께 GYM에서 한 시간 남짓, 수영장에서 한 시간 남짓, 일주일에 6일을 그렇게 두 시간 넘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 트레킹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수영장 걷기는 옛날부터 아내가 저에게 적극 권했던 종목입니다. 물에서 걷는 운동이 여러모로 좋다면서…. 하지만 맥주병(?)인 저는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했었습니다.

“거봐. 내 말 듣길 잘 했지? 마누라 말 들어서 손해 볼 거 하나도 없다니까.” 물속을 함께 걸으며 아내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면 제 몸은 더 이상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리고 우리의 천사 에이든과 에밀리를 위해서라도 이제 더 이상은 까불지 말고 몸뚱아리 관리에 철저해야겠다는 생각을 부쩍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온라인 코리아타운 1199호 (2023년 6월 22일)
Next article소득보호급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