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치료

트라우마 경험, 내면서 처리 안되면 부정적 삶의 방식으로 이어질 수도

한 대학생 남자가 상담사를 찾아와서 하는 말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너무나 바보 같아서 “이제는 절대로 과거처럼 살아가지 않겠다”며 자신을 완전히 바꾸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 학생으로 하여금 지난 날의 삶을 전부 부정하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최근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물어보게 되었다.

 

01_아픈 경험이지만 뇌에서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면

그 학생에게는 일년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학교 공부도 내팽개칠 정도로 끔찍이 잘 해주었건만 군대를 다녀온 직후 그녀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았다고 한다.

무척이나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의 버림을 당하는 경험은 그 학생에게 자신이 무가치하고 지금까지 잘못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이 너무나 커서 그 이전에 살았던 삶에서는 약간의 가치도 찾을 수가 없고 100%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애를 하면서 허비하던 과거와는 반대로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계획하고 무엇인가를 배우고 노력하는 것에 살아가려고 하는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그 경험 중에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해야 하는 많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대부분 어려움들을 잘 이겨낸다. 그것은 우리 인간에게 있는 기억을 처리하는 기능 때문이다. 하루에 있었던 경험을 필요한 것은 저장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처리하면서 적절하게 정보들을 처리하는 놀라운 기능을 인간의 뇌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할 때 그 사건이 뇌의 일반적인 기능을 압도해버리면 뇌는 그 경험을 적절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그때 경험한 감정, 믿음, 행동을 생생하고 강하게 기억함으로 말미암아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위에 설명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그렇게 반응하는 경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자친구와의 헤어짐이 아픈 경험이지만 뇌에서 적절하게 기억을 잘 처리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02_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의 삶에서 더 건강한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소화시키기가 어려웠고 그 사건이 있기 이전의 모든 삶은 무가치하고 의미 없는 삶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큰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의 과거 삶에 대한 부정적인 인지가 생겨난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인지는 그의 삶에서 ‘완벽주의’라고 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아마존의 심리학 분야 베스트셀러 중에 하나였던 <트라우마,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할 때>라는 책은 뇌의 정리가 되지 않은 부정적 기억 즉, 과거의 트라우마를 EMDR (Eye Movement Desentization Reprocessing) 기법으로 치유할 때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제일 첫 장은 처리되지 않은 무의식적 기억이 나를 지배한다는 제목으로 세 사람의 사례를 설명하는데 이들 모두 성인으로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일 것 같은데 처리되지 않은 과거의 무의식적 기억으로 인해 삶에서 부정적인 행동 패턴을 가지게 된 것을 설명한다.

현재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나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현재의 삶에서 그다지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으며 평온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과거를 다루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건사고는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고 관계의 어려움은 내가 원치 않아도 일어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은 행복하게 특별한 문제없이 살았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 시댁과의 관계에서 큰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 트라우마의 경험이 적절히 내면 안에서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성인기의 트라우마도 위의 예처럼 충분히 부정적인 인지와 부정적인 삶의 행동방식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처리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과거의 아픈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든 의식적으로 든 현재의 삶의 감정, 사고, 행동에 강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반응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03_EMDR 치료사 통한 기억치료, 상담사 통한 트라우마 치유를

예를 들어, 시댁식구와의 갈등을 겪은 사람이 시댁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갑자기 차가워지고 가슴이 많이 답답해진다면 그것은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처리가 되었다는 것은 과거의 나쁜 경험이 내 안에서 충분한 처리 과정을 거쳐서 이해되고 통합돼서 감정적으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적절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마음에 떠올리기만 해도 극도의 분노가 올라왔는데 이제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담담하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면 적절한 처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위에 소개한 책에서는 적절한 처리가 된 것을 ‘적응적 해결 (adaptive resolution)’이라 말한다. 어떤 정서적 혼란을 경험했을 때 뇌에 있는 치유를 위한 메커니즘인 적응적 정보 처리 시스템이 잘 작동해서 삶에 잘 적응하도록 부정적 경험을 소화해서 성장하는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만약 내 안에 처리되지 않은 기억이 있다고 여겨진다면 또는 기억은 특별히 나지 않지만 가끔 이성적이지 않은 부정적 생각, 감정,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반응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면 내 안에는 어쩌면 처리가 필요한 기억들이 뇌에 저장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분들은 EMDR 치료사를 통해 기억 치료를 받거나 아니면 가까운 지역의 상담사를 통해 충분한 트라우마 치유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적절히 다루어 더 이상 과거가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 교민사회에 좋은 치료사 선생님들이 많이 배출되어 지역마다 상당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내면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건강한 기억과 적응적 해결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여 현재와 미래의 삶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코로나19 록다운 기간에 해볼만한 인생을 위한 좋은 투자가 될 것이다.

 

 

상담사로 일한다는 것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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