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사람들 덕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지금 같은 코로나19 창궐 상황에서 올림픽이라니… 미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격하게 들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 억지주장과 전범기인 욱일기 사용고집 그리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패륜적인 망언까지… 이래저래 ‘올림픽 불참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참가하는데 우리만 쏙 빠지는 것도 좀 그렇고… 무엇보다도 이날만을 기다리며 피나는 노력을 해온 선수들을 생각하면 올림픽 참가는 어쩔 수 없는 대의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참가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피해는 입지 않았다는 점과 대회 막판 우려됐던 태풍이 끝까지 덮쳐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무리 호주시민권을 갖고 오랜 세월 호주에서 살고 있다지만 우리 몸 안에서 흐르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피… 아내와 저도 대회기간 내내 한국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고 아쉬워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초반부터 쏟아져 나온 양궁에서의 금메달 네 개는 코로나19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준 특급 청량제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쫄지 말고 대충 쏴. 편안하게 쏴. 산아, 잘 할 수 있잖아.” 심장이 쫄깃해지는 숨막히는 순간에도 조금의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고 평온하기만 했던 스무 살의 안산 선수….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매 경기 때마다 사대 (射臺)에서 그렇게 스스로를 향해 나지막한 혼잣말을 하곤 했답니다.

안산 선수와 함께 혼성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열일곱 살 양궁 2관왕 김제덕 선수의 경기장이 떠나갈 듯 쩌렁쩌렁했던 “코리아 화이팅!” 외침소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왔던 김제덕 표 걸쭉한 응원구호는 우리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활력을 더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가 일본인들의 ‘화이또’에서 비롯된 ‘화이팅’ 대신 우리 고유의 ‘아자!아자!아자!”를 외쳐줬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의 열정과 에너지가 한국선수들에게 큰 힘이 돼준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탁구요정’이라 불리며 인기를 독차지했던 애기애기스러운(?) 열일곱 살 신유빈 선수도 대단했습니다. 첫 올림픽 출전에서 자신보다 마흔한 살이나 많은, 노련하고 교활한(?) 중국계 룩셈부르크 선수에게 풀 세트 접전 끝에 4대 3 통쾌한 역전승을 이끌어냈을 때는 환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끝까지 올라가지 못했지만 3년후 파리올림픽에서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쓸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여자배구 대표팀도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한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번 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김연경 선수의 “아따 죽겄다. 한 경기, 한 경기가 피가 마른다. 와, 진짜…. 이 한 마디는 많은 것을 얘기해줍니다. “다른 경기는 몰라도 일본한테만은 절대 질 수 없다”던 김연경 선수는 숙적 일본을 기어코 눌렀고 세계 최강 터키, 브라질, 세르비아 등과의 경기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후배선수들을 향해 “괜찮아. 괜찮아!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라며 독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녀는 국제배구연맹으로부터 ‘10억명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면, 그 와중에도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들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에 시비를 걸고 극혐 페미 논란까지 끌어들이며 금메달 박탈 주장까지 내세우는 말도 안 되는 추태를 보이는가 하면, 열일곱 살 어린 신유빈 선수의 경기 사진을 희한하게 캡처해 성희롱 발언을 늘어놓는 못 말리는 인간들도 있었습니다. 대체 그런 류의 양아치 쓰레기들은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요즘 같이 여러 모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는 기쁘고 좋은 일에는 다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며 격려해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만 우리 주변에 많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과 희망을 줬던 고맙고 기분 좋은 사람들을 다시 한번 응원합니다. 아자!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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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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