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부부의 행복?!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이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 해놓고 나니 온몸이 쑤셔오고 여기저기에서 ‘우두둑’ 소리까지 납니다. 우리는 이 어마무시한(?) 대공사를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3일만에 끝냈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 가든펜스를 새로 갈았습니다. 기존에 들어있던 커다란 정원석과 알록달록 벽돌들을 전부 걷어내고 거기에 대형 나무펜스를 갈아 끼우는 작업을 한 겁니다.

Bunnings Warehouse에서 3미터짜리 하드우드 14개를 겁도 없이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 대형공사(?)는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툭툭 튀어나와 어려움을 더해줬습니다.

지난해 우리 집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앞마당 정원을 이 같은 나무들로 업그레이드했던 것을 흉내 내, 이번에는 비용도 세이브할 겸 우리 둘이 하기로 한 거였는데 남의 일을 가로챈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것들을 빼내고 땅을 좀더 파고 고른 후 거기에 새 하드우드를 넣으면 되는 3단계 작업이었지만 거기에 수반되는 부수작업들이 너무너무 많았던 겁니다. 특히 20cmx5cm짜리 단단한 나무를 전기 톱 없이 일반 톱으로 쓱싹쓱싹 자른다는 건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무식한(?) 작업방식으로 이틀 반에 걸쳐 전체길이가 40미터에 이르는 가든펜스를 제 자리에 넣어놓는 작업을 다해놓고 펜스 사이사이에 지지대를 박아 넣는 최종 마무리 작업에는 일을 마치고 온 딸아이 신랑이 합류했습니다.

여기에도 뜻밖의 고마운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20개가 넘는 지지대를 일반 톱을 사용해 5cm 길이로 잘라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행이 우리 집 근처에 집 짓는 공사현장이 있어 무작정 그곳을 찾았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아랍인 청년은 선선히 전기 톱 사용을 허락했고 어설픈 우리의 작업을 잠시 지켜보던 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 톱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슬땀을 뚝뚝 흘리며…. 시원한 콜라 몇 캔으로 대신하기에는 너무너무 큰 고마움이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작업을 모두 마치고 나니 에이든 녀석도 기분이 좋은지 뒷마당 여기저기를 더 신이 나서 뛰어다녔습니다. 전에는 ‘저렇게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다칠 텐데…’ 싶어 아내가 녀석의 뒤를 계속 따라다녀야 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속상한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1년 반쯤 전, 우리 집 뒷마당에서 뛰어 놀던 녀석이 넘어지면서 선인장 화분에 손바닥과 무릎을 찔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때의 안타까움 때문에 아내는 계속 녀석의 뒤를 쫓아다녔고 마침내 이번에 가든펜스를 안전한 것으로 교체한 겁니다.

물론, 지금이라고 100퍼센트 안전한 건 아니지만 우리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걸 보면 참 잘한 일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에이든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에밀리까지 둘이서 우리 집 뒷마당을 신나게 달릴 겁니다.

아내와 저한테는 못 말리는 문제가 공통적으로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어지간한 건 그냥 넘어가도 될 텐데 그걸 꼭 정리하거나 개선해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둘째는 한번 시작한 일은 어떻게든 끝을 봐야 마음이 편합니다. 셋째는 ‘그냥 놔두면 누군가 하겠지’가 아니라 ‘내가 안 하면 누군가 해야 하니 내가 한다’입니다.

작업 중간중간 땀을 뻘뻘 흘리며 ‘어이구, 허리야! 똑같은 것들끼리 만나가지고…’ 하며 서로를 향해 웃곤 했던 우리는 정말이지 못 말리는 ‘극성부부’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수고가 에이든과 에밀리의 안전과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참, 이제 42개월 된 우리 에이든이 한 가지 말이 늘었습니다. “함무니, 먹어봐.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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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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