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었네

나는 어릴 때 아버지가 목마 태워주시는 것을 유독 좋아했다. 목마를 타며 아버지 귀를 잡고 ‘이랴 이랴!’ 호령하면서 깔깔거리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아버지 가신지 오래된 이 아침에 생각해본다.

행복은 크고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봄볕 따스한 상추 밭 장다리 밭에서 허리를 굽히고 일하시던 할머니 생각이 난다. 나는 노랗고 하얀 꽃 위를 노닐던 하얀 나비를 잡으러 뛰어다니면서 할머니는 왜 맨날 일만 하실까 궁금했다. 또 할머니는 처음부터 그렇게 늙으신 줄로만 알았다.

동네 형들과 친구들과 함께 제기차고 땅 뺏기 하고 무등 타고 편싸움하다 넘어지고 다쳐서 울기도 했다. 밥 먹으라고 어머니가 부를 때까지 정신 없이 놀았다. 아! 어머니는 언제나 나를 불러줄 줄 알았다.

나는 작은형과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각자 자신의 지게를 지고 어머니가 싸 주신 벤또 (도시락)를 지게에 매달고 땔감나무를 하러 다니기도 했다. 동네 뒷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면 가까워서 좋지만 주워올 것이 별로 없어서 우리는 멀리 떨어진 산으로 하루 종일 걸려 땔감나무를 하러 다니기도 했다. 우리는 그것을 ‘먼산나무’ 라고 불렀다.

고향을 지키고 있는 막내 여동생이 카톡으로 엊그제 전해준 소식엔 고향 친구들 세 사람만 남고 다 하늘나라 갔다고 한다. 객지나 외국에 나간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자 집 독자 영준이는 나와 초등학교 단짝 친구였는데 작년에 암으로 하늘 나라에 갔다고 한다. 그가 생전에 살던 집은 군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이다. 초등학교 때 공부한답시고 대여섯 명이 이 집 저 집 몰려 다니면서 영준이 집에 가면 대궐 기와집에 방도 많고 그 친구 엄마가 흰 쌀밥에 맛있는 반찬도 많이 주고 과자도 많이 주니까 우리는 행복했다.

어스름 저녁이 오면 우리는 으레 자고 갈 준비를 하는데 그 친구 엄마가 간식을 내오며 “아그들아 엄마가 걱정하신다 인자 집으로 가그라” 하시지만 우리는 “걱정 안 하는디요” 하며 큰 소리로 합창을 했다.

아 그것이 행복인 줄 그때는 몰랐다. 시집 간 큰누나 따라 대궐집에 가서 맛있는 것 많이 먹으면서도 누나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호박꽃 속에 반딧불 넣고 뛰어 놀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여름철 온 가족이 앞마당에 모깃불 피우며 와상에 둘러앉아 함께 나눈 정담들. 별똥별 떨어지는 밤하늘이 펼치는 신비로운 우주공간. 고모들이 들려주던 호랑이 이야기. 한 겨울 밤새 ‘윙윙!’ 거리던 뒷밭 대숲에서 나는 소리. 귀신소리라고 했던 작은형 말을 그대로 믿었는데 작은형도 윙윙거리던 대숲도 지금은 모두 가고 없다. 그 모든 것이 행복인 줄 그때는 몰랐었다.

 

 

글/ 케네스 강 (글무늬문학사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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