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대중가요의 정의와 범주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근대의 시기, 상업성, 서민대중들이 향유하는 노래라는 점에서는 대체적인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서민대중들이 향유하는 노래이기는 하지만 대중매체와 상업성, 작품의 오리지널리티 여부 등에서 여러 통설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대중가요는 그냥 우리네 삶의 얘기다. 어느 여가수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노래했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 대답할 수 있나 /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래, 그대에게 물어보자. 그대는 그대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물어보면 지나간 세월에 후회는 없노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이 노래 작사 작곡자는 ‘신해철’이다. 그는 이 시대의 독설가였으며 진정한 음악가였다. 그는 재즈, 국악, 클래식, 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추구했다. 또한 사회운동의 소셜테이너 (Socialtainer)로도 활동한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급성심근경색으로 46세라는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천재 뮤지션이다. 그는 그 짧은 나이에도 살아온 지나간 세월을 걱정 하고 있었다.

그대가 지나온 세월은 얼만큼인가? 천재 뮤지션이라는 그는 많지 않은 마흔의 나이에도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면서 걱정하고 있었다. 그대가 지나온 세월은 50년인가, 60년인가, 70년인가, 아니면 생의 끝자락에 서있는가?

그렇게 살아오면서도 살아온 세월에 대한 후회는 없는가? 나는 노래를 듣다가 지금까지 무얼 하고 살아왔는가, 라는 생각에 힘들었다.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아왔는지를 생각한다는 것은 지난 세월에 대한 후회의 의미가 더 짙다.

눈을 감고 있으면 꿈 많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때묻지 않은 영혼으로 들어서던 초등학교 운동장 가의 파릇한 탱자나무들, 검정 교복을 입고 모범을 강조하는 지루한 교장선생님 훈시를 귓가로 흘리며 올려다 봤던 파란하늘, 잘못된 세상을 바꿔보자고 머리띠 두르고 앞장서던 학우들의 뒷모습을 초점 잃은 눈동자로 주시하며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던 초록색 잔디밭, 세상으로 튀어나와 당당하지 못하고 눈치 보며 욕심 가득하고 바른 것들을 외면하는 자신을 변명하며 살아왔던 나날들.

노래 가사처럼 내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을까?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아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후회 없이 살았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대는 정말 후회 없이 가슴을 펴고 자랑할 수 있는 하루를 살고 있는가? 그대는 따스한 심성으로 이웃을 아끼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버릴 줄 아는가? 끝없는 탐욕으로 주위를 소란스럽게 만들지는 않은가? 다른 사람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미움의 상처를 남기지는 않는가? 베풀 줄 모르고 받기만을 바라지는 않은가? 헐벗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목도리를 벗어줘 본 적이 있는가?

이웃과 동료를 존중하는가? 자신을 낮추고, 경청하고, 양보하고, 겸손한가? 진정 그대가 살아온 세월에 아무런 회한도 없는가? 뒤돌아보면 나는 그렇게 많은 것들 중에서 가슴을 펴면서 이런 것들을 이렇게 하면서 살아왔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 이제와 가슴을 치고 후회 해봐도 지나가버린 세월일 뿐이다.

세상을 딱 한번만 다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그럴 수만 있다면 모든 욕심을 버리고 넓은 가슴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며 무엇이든 베풀 수 있도록 배우고 익히고 누구에게든 도움되고 환영 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그대에게 물어보자. 그대는 가끔이라도 자신의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는가? 그대는 부끄러움 없는 인생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는가? “세월이 흘러가고 그대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그 많은 것들에 대한 후회 만을 짊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이제부터라도 남은 생을 욕심 없이 겸허하고 따습게 살아가기만 한다면, 더 큰 후회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늦지 않았다. 그대여!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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