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늪에서 빠져 나오려면

조금만 떨어져 관찰하고 지켜보기 시작하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모래 늪에 빠지고 나면 빠져나가려고 발에 더 깊이 무게를 두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이 모래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모래 늪에서 빠져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같이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한 여성은 그 생각을 안 하려 할수록 생각 속에 더 빠져든다고 한다. 왜 생각은 안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일까?

 

01_고통 수용하고 또 다른 고통 만들지 않도록 도와줘야

사람들은 고통이 있으면 고통을 사라지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문제 해결을 통해 더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된다.

감정적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잠을 자고 어떤 사람은 손목을 긋고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신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약을 복용하게 된다. 이런 것들은 감정적 고통을 일시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감정적 고통을 더 깊이 느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청년이 실연의 고통을 이겨내고자 술을 마셨지만 점점 더 고통은 심해졌고 우울감이 더 깊어졌다. 그렇게 감정적 고통이 심해지자 ‘죽으면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살시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 청년도 고통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려 했지만 그것은 고통을 사라지게 하는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리노에 있는 네바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Steve C. Hayes는 인간은 고도의 언어 및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장면을 보아도 다양한 연상, 유추, 해석을 할 수 있어서 고통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수용하고 그 고통이 또 다른 고통을 만들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헤이즈는 <마음에서 빠져 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라는 그의 책에서 고통에 대해 두 가지로 이야기한다. 고통에는 존재의 고통과 부재의 고통이 있다. 존재의 고통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문제로 인한 고통이다. 예를 들면,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버리고 떠났을 때 상실로 인한 고통이 크다.

 

02_고통이 올 때 고통 관찰하는 것도 중요

이것은 문제 자체가 가져다 주는 고통이다. 그래서 문제가 있어서 느끼는 고통을 존재의 고통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고통의 문제에 빠져서 직장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혼자서 괴로워하는 일이 지속이 되면 내가 추구하는 정상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삶의 부재가 생겨서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부재의 고통이다.

존재의 고통을 자꾸 없애려 하다 보니 거기에 모든 에너지와 삶을 투자해서 결국 부재의 고통까지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헤이즈의 ‘수용전념치료’에서 말하는 이론적 설명이다. 그러므로 존재의 고통을 자꾸 없애려고 하지만 없어지지 않고 감정적 회피 현상만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통을 없애려는 노력을 오히려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에서 말한다.

오랫동안 암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암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암을 친구 삼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우리 삶에 있는 다양한 어쩔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수용하면서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 삶의 가치 있는 귀한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고통을 다루는 방법이다.

그러면 어떻게 고통을 감내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최근 우리 딸이 생리통이 심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 나도 모르게 그 고통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 딸도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아프니 죽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쉽게 도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중에 하나는 고통이 올 때 고통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짐을 싣고 가는 기차가 있는데 그 기차를 다리 위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다리 위에서 기차를 보니 기차 한 칸에는 감정이라고 하는 짐을 싣고 가고 있고 또 한 칸에는 생각이라고 하는 짐을 또 한 칸에는 신체감각이라고 하는 짐을 싣고 있는데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03_고통 수용 후 필요한 건 나의 삶의 가치 찾기

“내 마음의 기차에 지금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나가고 있구나! 내 마음의 기차에 지금 ‘다 내 잘못이야’라는 생각이 있구나!”라고 관찰한다. 평소 내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은 관찰자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하면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고통을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러면 고통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기에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 마음이 구름인 줄 알았는데 구름이 아니고 하늘이며 내 마음이 파도인 줄 알았는데 바다인 것을 알게 된다”라고 헤이즈는 표현한다. 문제가 우리에게 엄습해 있을 때는 그것만이 우리의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관찰하고 지켜보기 시작하면 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의 기차 외에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는 나뭇잎을 머리로 상상하며 나뭇잎에 내 마음이 실려있다고 할 때 어떤 것이 있는지를 흘러가는 나뭇잎으로 관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런 연습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자주 하면 할 수록 더 자연스럽게 된다.

그렇게 나의 고통을 느끼고 고통을 수용한 후 필요한 것은 ‘나의 삶의 가치 찾기’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기 원하는가? 나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가정, 우정, 직업, 교육, 개인적 성장, 여가, 영성, 시민권, 건강 등에서 가치를 찾아보고 나의 삶의 중요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에서 보상 (reward)과 긍정적 강화 (사람들의 긍정적 반응)를 경험하게 되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고통이 차지하는 내 삶의 부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전에는 문제가 10 (10이 가장 최악이라고 할 때)으로 보였다면 이제는 2, 3으로 축소되어서 보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내 마음이 구름에서 하늘로 파도에서 바다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내 삶의 고통을 회피로 해결해서 점점 더 괴로워지는 것을 경험한다면 하던 노력을 멈추고 이제는 고통을 수용하는 법을 배워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래 늪에 빠진 사람에게 보다 현명하고 안전한 행동은 늪에서 빠져 나오려고 투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발에 힘을 주는 것을 멈추고 늪과 함께 최대한 독수리 자세로 가만히 누워서 많은 표면에 접촉하는 것이다.

 

 

정신건강 교육의 중요성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서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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