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딱 좋은 날씨…

우리가 요즘 걷고 있는 코스는 이전의 버로라 (Berowra)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입니다. 업 다운도 거의 없고 스틱 또한 필요치 않으며 강변을 따라 숲길을 걷다 보면 트레킹 (Trekking)이라기보다는 그저 편안한 산책을 하는 기분입니다.

레인코브 내셔널파크 안의 리버사이드 워킹트랙… 한 바퀴를 완전히 돌면 두 시간 반 가까이 걸리는데 우리는 그 코스의 한쪽을 잘라서 두 시간 남짓 동안 왕복으로 걷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우리 산행팀 시드니산사랑 멤버들과 함께 하고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아들녀석을 동반시킵니다.

우리 산행팀은 꽤 오랫동안 그레이트 노스웍 (The Great North Walk)의 버로라 지역을 걸었습니다. 왕복 세 시간 반 정도의, 업 다운이 제법 심한 그곳은 조금 힘이 들긴 해도 최적의 운동코스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하순부터 멤버들의 나이와 체력을 고려해 레인코브로 홈그라운드(?)를 옮긴 겁니다.

걷는 운동이 좋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지만 확실히 맞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제 4개월 남짓 걷고 있는 아들녀석의 남산(?)만 했던 배가 눈에 띄게 들어갔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물렁살들이 더 많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거기에 GYM에서 근력운동을 더해주면 그 나이에 걸맞은 몸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트레킹을 하는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동물친구(?)들과 스치게 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는 얼굴로 “굿모닝!”을 주고받고 자주 마주치는 한국사람들과는 “안녕하세요?”라는 정겨운 인사를 교환합니다. 출발지에서 15분 정도를 걷다 보면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중국인으로 보이는 노인 네 명이 포커를 치고 있습니다. 한번도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볼 때 그들은 꽤 사이가 좋은 친구 사이인 듯싶습니다.

우리가 지나는 곳마다에는 크고 작은 이구아나들이 자주 출몰해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중에 덩치가 큰 녀석들은 도망갈 생각도 않고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서있기도 합니다. 오리 떼는 워낙 사람들과 친숙해진 탓인지 별다른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데 야생 칠면조들은 우리 앞을 종종걸음으로 달려나가다가 잽싸게 옆길로 숨어듭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새들의 예쁜 노랫소리는 보너스입니다.

반환점을 돌아 내려오다 보면 가족 단위로 바비큐 준비를 하는 모습들이 참 좋아 보입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트레킹을 하는 젊은 부부들도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가끔씩은 기저귀를 찬 채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어릴 때부터 저렇게 자연 그리고 운동과 친해지게 하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참 좋을 듯싶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두 시간 남짓 동안을 걷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끔은 꾀가 날 때도 있지만 비가 오거나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는 한 걷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우리 아파트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9만평짜리 대형 중앙공원이 있었음에도 제가 그곳을 이용한 횟수는 부끄럽게도 열 손가락을 채 못 넘기는 수준이었습니다.

호주에 와서도 초반에는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솔직함을 더하면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게을러서 운동 같은 데는 신경을 못 쓰고 지냈습니다. 그나마 7년여 전, 아내의 권유에 의해 억지로(?) 트레킹을 시작했는데 ‘10년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코로나19도 조금 주춤해졌으니 다음 달부터는 다시 GYM에서 그 동안 못해온 근력강화운동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어쩌다 보니 요즘은 걷기 운동 전도사(?)가 된 느낌입니다. ‘언제부터’라고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동네 한 바퀴도 괜찮습니다. 부부가 함께 그리고 아이들이 그 대열에 동참한다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가을로 접어든 요즘, 걷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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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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