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약속

기억의 날은 아프다

 

사일육이 아파 어린이날이 아프고

사일구가 아파 오일팔이 아프다

아프게 태어난 아이가 자라

약하고 힘든 비정규직이 되었으니

근로자의 날에 아픔이 배어있는 것이다

 

3월 1일이 아프고

6월 25일이 아프다

8월 15일이 아직도 아프다

 

이 땅의 글로 태어난 네가

오백칠십 년이 지나도 아프니

이 땅의 어린이로 태어나

이 땅의 어미아비가 되었으니 아프다

 

예수가 세상에 왔으니 아프다

사랑을 세상에 보내기까지

하늘의 영광이 아프고

두 살 아래의 모든 아이들이 죽기까지

땅에는 평화가 아프니

 

기억의 날들이 오래오래 즐겁게 아플 것이다

 

김오 (시인·캥거루문학회 회원·1993년 호주동아일보 신년문예 시 당선·1994년 <시힘> 동인지에 세 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시집: 캥거루의 집, 플레밍턴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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