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돌봄

과연 바쁜 것이 미덕이고 좋은 것일까?

한국 사람들은 바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TV 드라마에서 보면 주인공은 늘 일 중독에 빠진 사람이다. 최선을 다해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좋게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적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많이 바쁘다고 하면 “바쁜 게 좋지요“라고 이야기를 한다. 과연 바쁜 것이 미덕이고 좋은 것일까?

 

01_바쁘다는 건 마음이 망하게, 죽게 됐다는 뜻?!

한자로 바쁘다는 바쁠 망(忙)은 마음 심(心)자와 망할, 죽을 망(亡)과 합쳐진 단어인데 해석을 하자면 바쁘다는 것은 마음이 망하게, 죽게 되었다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한자의 뜻이 이해가 된다. 너무 바쁘다 보면 중요한 마음을 돌아보는 것을 놓치게 되고 바쁘다 보면 나의 마음에 어떤 부분이 회복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달려가다 나중에는 탈진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의 우리 세대나 우리 부모님 세대들에 비하면 돈을 벌기 위해 바쁘게 살기보다는 즐거움을 위해 바쁘게 사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바쁘게 하루 하루를 살면서 건강한 쉼과 자기 돌봄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몇 가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잘 쉬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잘 쉬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일찍 이혼을 했거나 또는 부모님이 너무 바빠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해서 또는 부모의 학대로 인해 어릴 때 마음 기댈 곳이 없었던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인생은 나 혼자서 스스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곳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생존력이 강하고 생활력이 강해진다.  그것 때문에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고 주위의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편히 마음을 쉬게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육신도 쉬지 못하게 하면서 열심히 일을 한다.

 

02_소유와 성취로 인한 행복은 일시적인 것

열심히 일을 하고자 하는 깊은 내면 속에는 세상과 타인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들어 있고 내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와 강한 신념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자칫 잘못하면 일 중독이 될 수 있고 많은 것을 나중에 가지게 되었음에도 누리지 못하고 여유를 갖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잘 쉬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불안’ 이 그 몫을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 부유함과 성공, 능력이기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간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유와 성취로 인한 행복이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소유와 성취로 인한 행복은 일시적인 것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부유함이 주는 소유의 안정감과 성공과 능력이 주는 성취를 여전히 기대하며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가만있으면 도태될 것 같고 가만 있으면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잣대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세 번째로 잘 쉬지 못하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자들인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완벽하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잘 쉬질 못한다. 아는 지인은 가족이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짐을 바로 정리하고 집도 정리가 완벽하게 되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어떤 날은 정리한다고 잠을 안자고 꼬박 샐 때도 있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아이가 과자를 먹으면 부스러기가 떨어질까 봐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다 닦는다고 한다. 비단 집안 일 뿐 아니라 일에 직장에서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직장에서는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03_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잘 쉬지 못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의 경우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정작 사랑하는 가족과는 편안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고 힘들어하면서 짜증과 불친절함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완벽주의의 성향이 높으신 분들이 필자가 일하는 학교에 들어오면 완벽주의자들은 너무나 열심히 하기 때문에 눈에 확 들어오고 리더에게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런 분들의 경우 초기에 열심히 하다가 오래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 두는 경우를 종종 본다.

네 번째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잘 쉬지 못한다. 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각성 상태에 있으면서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지속해서 많이 하는 경우를 본다. 사람은 자율신경계가 있어서 과하게 각성을 하다가도 다시 편안한 상태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자율 신경체계가 호르몬을 통해서 조절을 하는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은 생각으로 뇌를 활성화시켜서 쉬지 못하게 하고 긴장하게 만든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주로 밤에 하는 생각들이 편안하고 좋은 것이면 잠을 잘 자게 되지만 깊은 고민과 부정적 생각과 부정적 기억에 대한 것들을 반추하고 있다면 몸은 긴장이 되고 잠이 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쉬지 못하는 사람들은 탈진과 같은 기력이 쇠하는 경험할 뿐 아니라 각종 신체질병에 노출이 될 수 있고 또 정신질환에도 노출이 될 수 있음으로 이런 사람들은 특히 자기 돌봄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친구가 있는데 전화만 하면 온 몸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이 친구는 엄청난 재력을 가지고 있어 지금 일을 그만 두어도 충분히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04_쉬어야 할 때 쉴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이것은 비단 이 친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쉬어야 하고 자신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하는 데도 그것을 적절히 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 돌봄은 내가 아픈 다음에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아직 일을 잘 하고 있을 때 함께 삶의 한 부분으로 지켜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자기를 돌보는 일을 할 때 그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자기 돌봄은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다양한 영역을 고려해서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에게는 육체도 있지만 영혼이 있음으로 육체와 영혼을 함께 균형 있게 돌보아 주어야 하고 사람은 혼자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님으로 사회적 관계에서의 자기 돌봄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 돌봄이라고 할 때는 신체적인 부분, 영적인 부분, 생각의 부분, 정서적 부분, 관계적 부분, 일의 부분과 같이 다양한 영역을 점검해보고 그 부분에서 나는 나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성경에 모든 사람이 한 가지로 치우쳐져 있다고 하는 것처럼 모든 영역을 균형 있게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균형 있게 자신을 돌보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점검하며 계획을 세워서 자신을 돌보며 쉬어야 할 때 쉴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잠시 쉬어 가는 것이 다른 사람보다 더 늦게 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를 잘 돌보는 것이고 더 멀리 가게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상담사로 일한다는 것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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