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한국 jtbc가 매주 목요일 방송하는 ‘이혼숙려캠프’를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혼을 고민 중인 부부들이 합숙을 통해 이혼숙려기간과 조정과정을 가상체험하며 실제 이혼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해보는 부부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데 매회 상상을 초월하는 별의별 부부들이 다 등장합니다. 가끔씩은 ‘우리도 하마터면 저럴 뻔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번뜩번뜩 스쳐갈 때도 있습니다.

제가 일과 사람에 미쳐서 밖으로 나돌던 시절, 혼자서 독박육아·독박살림을 책임지며 혹독한 홀 시어머니를 견뎌내야 했던 아내를 생각하면 새삼 후회와 함께 미안함이 몰려옵니다. 한국 KBS 2TV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에 등장하는 시어머니의 100만분의 1만 닮았어도 아내의 힘듦은 훨씬 적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아주 가끔씩 조심스레 표현하던 아내의 도움요청에 무심했던 제가 한없이 미워지기도 합니다.

제가 ‘짧은 글 긴 여운’이라는 글을 <코리아타운>에 쓰기 시작한 게 2006년부터였으니 올해로 20년이 꽉 찼습니다. 그냥, 저와 우리가족 그리고 주변지인들을 중심으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주셔서 참 많이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제 글을 읽기 위해 매주 <코리아타운>을 기다린다는 분들도 많았고 이래저래 제 글은 많은 분들 사이에서 작은 공감대를 꾸준히 형성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이런 분도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 글을 읽지 않는다. 당신과 당신 가족 이야기만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것 말고 한국 정치·경제나 세계 정치·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뤄달라.’ 심한 경우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항의성 편지를 회사로 보내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도 아주 가끔씩은 그런 종류의 글을 썼고 럼프 형이나 석열이 형 같은 이상한(?) 사람들의 행태를 꾸짖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영자신문 (English Newspaper)에 휘슬 (Whistle)이라는 제목의 편집국장 칼럼을 통해 당시로서는 반정부적, 빨갱이적 사고를 가졌다는 의심이 들만한 글들을 써서 노량진경찰서 ‘요주의 인물’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 편집국을 찾은 수사과장에게 “과장님 때문에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제대로 못해요. 제 뒤에 따라붙어 다니는 꼬리 좀 떼어내 주세요” 했다가 “김 국장도 사랑 받을 수 있는 글을 좀 써. 뭐, 맨날 4.19가 어떻고, 반독재투쟁이니 민중항쟁이니 이런 것들만 쓰고 있잖아. 영어로 쓰면 우리가 뭐 모를 줄 알아?”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가는 우리가족의 모습을 통해 타산지석 (他山之石), 사랑전도사·행복전도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팔불출처럼 제 아내 자랑을 하려는 것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손주 훈이 (Aiden)와 봄이 (Emily) 자랑을 늘어놓으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그 동안 제 글에 가장 많이 등장한 건 아마도 제 아내였을 겁니다. 제가 찌질했던 탓에 젊은 시절엔 잘 몰랐지만 제 아내만큼 남편사랑, 가족사랑이 지극하고 마음이 예쁜 사람도 이 세상에는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가끔은 우리 집안 이야기를 너무 속속들이 한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아내는 늘 조용한 웃음으로 저를 응원해주곤 했습니다.

올해 5학년과 3학년이 된 훈이와 봄이… 두말할 나위 없이 두 녀석은 우리의 에너자이저 (Energizer)이자 행복버튼입니다. 크고 작은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잇따라서 웃음을 잃고 있다가도 녀석들만 보면 아니, 녀석들 생각만 해도 우리의 얼굴에는 금세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할매할배 사랑이 차고도 넘쳐서 가끔씩은 지 엄마아빠보다 할매할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녀석들입니다. 두 녀석도 제 글에 매우 자주 등장하면서 참된 가족행복의 모습을 선사했습니다.

이제 그 같은 이야기들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두 번 남아 있습니다. 그 동안 출연료(?) 한 푼 없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돼준 제 아내와 훈이 봄이를 비롯한 우리가족들 그리고 주변지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 가화만사성 (家和萬事成)은 결코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삶일 것입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1956년생. 한국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 호주 시드니 <코리아타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함.

 

 

Previous article꽃가마
Next article흔적 그리고 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