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기적?!

1퍼센트의 확률…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저도 그런 마음으로 밤 늦은 시간, TV 앞을 지켰습니다. 생각보다 잘 싸워주는 한국 선수들이 고마워 마음을 졸이면서도 연신 박수를 보내고 있는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광판의 시계가 이미 전 후반 90분 경기가 모두 끝났음을 알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시간이 주어지고 있었는데 문전혼전 중 독일 골대의 그물이 출렁 흔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를 하는 순간… 엇?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던 이상한 심판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렸습니다.

“아니, 저런… 저, 개, 개 같은… 저게 어떻게 오프사이드야? 저거 완전 개또라이네…”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안 그래도 ‘독일은 심판까지 열두 명이 뛰고 있는 것 같다’는 억울함을 적잖이 느끼고 있었던 터라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축구에 관한 한 가히 광적인(?) 열정으로 웬만한 전문가 못지 않은 축구지식을 갖고 있는 우리는 종종 감독이 돼서 전략도 짜고 작전지시(?)도 합니다. “아니, 저게 말이 돼? 심판, 진짜 나쁘다. 이제 심판도 로봇이 봐야 된다니까!” 옆에서 분을 참지 못하던 아내가 한마디를 터뜨립니다.

아무리 매사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멕시코 전에서도 그랬고 스웨덴 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심판들이 우리에게는 너무 심하게 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심판의 납득할 수 없는 진행이 짜증과 억울함을 계속 주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한 골을 오프사이드라니….

다행이 VAR 판정이 실시됐고 마침내 도둑 맞을뻔했던 우리의 골이 인정 됐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판사판이라 생각했던지 독일 골키퍼가 우리 진영까지 나와 공격에 가담하고 있는 틈을 타 텅 비어 있는 독일 골 문에서 우리의 두 번째 골이 작렬했습니다.

이변? 기적?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습니다. 직전 월드컵 챔피언이자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2대 0으로 꺾다니…. 물론, 같은 시간에 진행된 경기에서 멕시코가 스웨덴에 3대 0으로 지는 바람에 우리의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우리의 기쁨은 16강 진출, 4강 진출, 아니 좀더 세게 얘기하면 우승에 못지 않은 그것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한국 선수들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으로 서로를 얼싸 안았고 우리도 TV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쐐기 골을 넣은 ‘울보’ 손흥민의 울음보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터졌습니다.

3년 반 전, 호주에서 아시안컵축구대회가 열렸을 때 우리도 경기장에 나가 열심히 ‘대~한민국!’을 환호했습니다. 잘 싸우던 한국이 결승에서 연장전 끝에 호주에 2대 1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도 울보 손흥민은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지난 멕시코 전과 스웨덴 전 후에도 손흥민의 눈물이 있었지만 이날 손흥민의 눈물은 이전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그 동안 겪어왔던 온갖 마음고생들이 웬만큼은 씻겨나갔을 한국 선수들의 마음도 그랬을 겁니다. 경기가 끝나고도 우리는 경기 하이라이트와 선수들의 인터뷰를 자꾸자꾸 보며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리고 새벽 네 시가 다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지만 어쩐 일인지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여세를 몰아 그 다음 날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목요일 코리아타운 마감작업을 했습니다.

그깟 축구가 뭐라고… 하지만 기분 좋은 그 순간이 우리에게는 참 많은 에너지와 엔돌핀을 몰아주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앞만 보면 한없이 답답하고 힘겨운 우리네 생활도 세계 최강 독일을 2대 0으로 완파하며 1퍼센트의 가능성을 101퍼센트로 만들어준 한국 축구처럼 때로는 기적처럼 우리에게 기분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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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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