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똑똑이?!

“그래, 리자 여사는 잘들 만나고 오셨어요?” 파리 루브르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온 우리 일행을 향해 웃으면서 던진 가이드의 한 마디에 ‘리자 여사?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16세기 르네상스시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Mona Lisa)’ 초상화는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최대 40조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정말 정말 귀하신 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모나 (Mona)는 유부녀 이름 앞에 붙이는 이탈리아어 경칭이고 리자 (Lisa)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 여인의 이름이기 때문에 이를 풀어보면 ‘리자 여사’가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슬그머니 구글검색을 해보니 사전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초상화 주인공의 이름이 ‘모나리자’인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괜한 무식함의 탄로에 혼자 얼굴이 붉어짐을 느끼며 ‘리자 여사’에게 멀리서나마 무언의 사과를 했습니다.

루브르박물관에는 ‘모나리자’ 외에도 ‘밀로의 비너스’ 그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변되는 ‘함무라비법전’까지, 소중한 작품들이 많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밀로’가 작가의 이름이 아닌 비너스상이 발견된 그리스 밀로스 (Milos) 섬의 이름을 뜻한다는 사실이 새로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탈리아에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 유명한 나폴리의 대표적인 칸초네 ‘오 솔레 미오 (O Sole Mio)’도 흔히 알려진 것처럼 ‘오 나의 태양’이 아니라 ‘나의 태양’이라는 사실 또한 뜻밖의 배움이었습니다. O는 ‘감탄사’가 아닌 ‘관사’인데 번역자의 무식함에서 나온 잘못된 번역을 많은 사람들이 철썩 같이 믿고 지냈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탓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는 ‘리자 여사’ 초상화 앞에서 우리는 귀중한 인증샷을 남겼고 ‘밀로의 비너스’ 상 앞에서도 또 하나의 값진 추억을 소장했습니다. 특히 53cmX77cm, 생각보다 너무 크기가 작아 ‘애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지만 ‘모나리자’ 아니 ‘리자 여사’는 이번 여행에서 제 무식함의 탄로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시드니를 출발해 인천에 도착했을 때, 로마에서 인천으로 들어갈 때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인천으로 입국할 때 이렇게 세 번을 한국 입국심사를 받았는데 호주여권을 갖고 있는 우리는 그때마다 ‘외국인 여권 (Foreign Passport)’ 줄에 서서 긴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번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 찾는 곳으로 갔더니 우리 가방 두 개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대목에도 저의 무지함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같은 표시와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한국정부에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명색이 매체발행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람이 그런 정보를 미리미리 꿰차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은 비껴갈 수 없는 창피함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외국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들도 대한민국 여권 줄에서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재외동포의 내국인 대우 입국심사는 2009년부터 시행돼오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안내와 홍보가 부족해 각 공항에서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10월, 외국인등록·거소신고재외동포 대상 자동출입국심사를 확대하면서 입국심사장의 ‘대한민국 여권 (Korean Passport) / 재외동포 (Overseas Korean)’ 안내표기에서 재외동포가 빠지면서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거소증 등록 재외동포나 외국인 등록자만 내국인 입국심사대 이용이 가능하다’는 입간판이 세워진 공항까지 있어 혼란이 더해지고 있는 겁니다. 다행이 한국 법무부와 재외동포청이 최근 각 공항에 ‘재외동포들도 내국인 입국심사대에서 심사 받을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라’는 공문을 하달하고 있다니 다음부터는 우리도 꼭 ‘대한민국 여권’ 줄에 서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부터라도 ‘헛똑똑이’로 살지 말고 좀더 스마트해져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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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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