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한테 물어볼까?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목요일,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뒤돌아보면 어느새 월요일, 이리 바쁘고 저리 쫓기다 보면 벌써 또 다른 목요일이 와있습니다. 일주일 단위의 호주생활이 늘 그렇기는 했지만 코로나19에 멱살을 잡힌 2020년은 더더욱 정신 없이 떠밀려온 느낌입니다.

모두들 힘든 시기, 어쩌면 요즘은 그럭저럭 버텨나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다행한 일일 수 있겠습니다. 연초,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괴물과 맞닥뜨린 교민매체들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피할 수 없어 4개 매체가 몇 주 동안 발행되지 못했고 그 중 2개 매체는 그로부터 아예 모습을 감춰버리고 말았습니다.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을 인수하며 세웠던 제1의 목표는 ‘이민생활에 필요한 각종 실용정보들을 알차게 제공하는 매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물론, 지금도 그 초심을 지키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힘이 부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너무 많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시드니 한인사회에 열 개가 넘는 신문 잡지들이 범람할 때 이구동성으로 나온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매주 여덟 개의 매체가 나오고 있지만 옥석이 제대로 가려져 매체다운 매체들이 마구잡이 식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진정한 ‘언론’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드니 신문 잡지들은 정말 너무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지역에서는 다른 매체에 들어가 있는 광고주는 건드리지 않는 게 기본이고 상식이었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아 너무너무 놀랐어요.” 다른 도시에서 교민매체를 발행하다가 시드니로 옮겨왔던 한 발행인이 몇 년 전 저에게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15년 전, 제가 코리아타운을 인수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선두로 올라서자 한 교민매체는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코리아타운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를 철저히 분석하고(?) 담당자를 정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코리아타운 광고를 뺏어올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지겨울 정도로 코리아타운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매체도 있습니다. ‘한 놈만 골라 팬다’는 말이 있고 그 한 놈은 언제나 맨 앞에 서 있는 자가 대상이 되게 마련입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듯이 1등을 따라 하며 흉내 내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없으면 모방을 해서라도 따라붙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리아타운은 제가 회사를 인수하고 나서는 광고영업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밥상을 들고 여기저기 좇아 다닐 게 아니라 정말 맛있는 밥상을 차려놓고 찾아와서 먹도록 하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리아타운은 싼 광고료, 이른바 덤핑으로 덤벼드는 다른 매체들에 광고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창간 때부터 혹은 십 수년 동안 코리아타운에만 광고를 해오던 이른 바 ‘찐 코리아타운 광고주’들이 어느 날 문득 전혀 예기치 못한 결별을 선언하고 한 놈만 골라 패는 그 매체로 옮겨갑니다. 15년 전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광고료, 혹은 몇 달씩 공짜로 광고를 내주는 것은 정상적인 차원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우리집 뒷마당 무화과와 귤 나무에 하얀색 보호망을 씌웠습니다. 정성 들여 가꿔놓은 블루베리와 블랙베리 열매를 익기가 무섭게 훔쳐가는 양아치 새, 노이지마이너로부터 뒤늦게라도 열매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바닥에는 그런 보호망을 씌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속만 탑니다.

2021년 새해에는 코로나19도 물러가고 양아치 짓을 일삼는 하이에나 류의 존재들도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묘책이 없을지 요즘 한국에서 핫한 테스형한테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연말이 되고 하니 또 쓸 데 없는(?) 넋두리를 늘어놨습니다. 찐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 광고주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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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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