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단상

“안녕하세요? 우리 손님 중 한 분이 오늘 코로나 양성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괜찮으신지요? 각자 초대손님에게 알려주어 모두 코로나 감염검사를 받게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니 맑은 하늘에 웬 날벼락이지? 이 상황을 어떻게 초대손님들에게 알려야 하나. 코로나로 항상 주위를 맴돌던 위기감이 둔탁한 휘파람 소리로 내게 마구 달려든다. 정말 난감한 초비상사태다.

호사다마라고 ‘문학과 시드니’ 창간 기념회 및 5인 작가 합동출판기념회를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라는 표제로 손님을 초청해 가진 바 있다. 나도 ‘나의 사과 나무’ 라는 제목의 신간을 들고 동참했던 것이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그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스크를 착용했고 식사도 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초대손님들께 검사를 꼭 받게 하고 예민하게 살펴달라고 주최측으로부터의 연락이다. 또한 초대자인 우리도 바로 검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분간 외부와 접촉을 삼가 해달라는 요청이다.

나는 불안한 중에도 정원에 나가 심심파적으로 정원 일을 하며 내게 코로나가 찾아왔다면 이런 노동을 할 수 있을까 자위를 했다. 하지만 검사소를 알아 놓은 다음 날 아침 6시에 집을 나가 세 번째 순서로 검사를 받았다. 밤 11시에 음성이라는 검사결과 메시지를 받았다.

이런 사건을 미리 방지하려면 사람들이 공식석상 참석 전에 코로나 감염검사를 받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되겠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약간의 증상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을 위해 본인 스스로 참석하지 않는 에티켓은 물론 마스크 착용도 필수임이 절감됐다.

델타변이 감염확산으로 NSW주는 3개월 반 동안 록다운 조치를 취했었다. NSW주정부는 백신 접종율이 80%-90% 도달됨에 따라 3단계로 규제를 완화한 시점이다. 그런데 ‘델타’에 이어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호주를 강타하여 NSW주만해도 최근 하루 2만여명이 넘는 확진자 급증 추세가 지속되자 남편도 은근히 겁이 나는지 감염검사의 뜻을 내비친다. 다시 검사소를 찾게 되었다.

그간 검사 의뢰자도 따라서 급증하여 같은 시간인 오전 6시에 집을 나섰건만 검사소에는 벌써 50여명이 앞서 있는 게 아닌가. 검사소 오픈 시간은 7시 30분인데 줄은 백여미터로 길어지더니 삽시간에 삼백여 미터로 늘어났다. 이런 사태를 미리 파악한 이들은 접이용 의자를 들고 와 편히 앉아 신문이나 책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연로한 남편이 오랫동안 서있는 것이 염려가 된 나는 이스트우드 등나무 터널 입구에, 아침 일찍 오픈한 카페에서 따끈한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그리고 카페에 우유병이 담겨 배달되어 온 우유박스를 얻어 커피와 함께 남편에게 (그곳에 앉아 편히 기다리라고) 갖다 주었다. 카페로 다시 돌아간 나는 블랙베리 머핀 한 개에 따끈한 카푸치노 한잔을 주문하고 탁자에 앉아 들고나간 책을 펼치며 따스한 실내에 몸을 맡겼다.

그곳엔 상점이 밀집돼 있다. 8시가 넘어가자 상점 문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통 돼지를 어깨에 멘 젊은이가 나타나 놀란 시선으로 쫓으니 슈퍼마켓으로 사라진다. 마침 커피 한 모금을 넘기다 우연히 그 광경을 목격하여 그 젊은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광경을 세어보았다. 무려 12번이었다. 등나무 터널 끝엔 높이 선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고 쉴 수 있는 의자와 탁자가 드문드문 놓여있는 터널 안에서는 중국인들이 음악에 맞추어 쿵후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안개비는 부슬부슬 대지를 적시고 객들은 하루를 열기 위한 한 잔의 커피를 위해 거리유지를 지키며 카페 앞 노천에 놓여진 탁자에서 신문을 앞에 두고 커피를 즐기고 있다. 전철이 긴 철로 위로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바람을 동반한 안개비 속에 푸른 나무 잎들이 산들산들 춤을 춘다. 병마의 재앙은 둔탁한 휘파람 소리로 공기를 휘젓는 듯했다. 고통과 고통에 따른 공포와 죽음으로 코로나의 위세는 기승을 부리나 세월은 여전히 생존자들을 만재한 채 전진, 전진하고 있다.

드디어 검사소의 문이 열렸다. 뒷줄은 자꾸 길어져 약국 앞 모서리를 돌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남의 입김이 뿜어져 와 병을 옮게 되면, 남의 얼굴에 내 입김을 뿜어 병을 옮겨주게 되면, 어떠한 상황도 나 자신의 상황이 아닌 것이 없는 무서운 현실이다.

생의 빛과 어둠으로 얼룩져 어지러워지는 마음을, 침묵하고 있는 하늘을 향해 호소하고 의탁해본다. 델타가 퇴치되고 인간의 투쟁이 승리를 거두어, 병마의 감옥에 갇혀 사는 수인 생활에서 벗어날 길은 정녕 열리려나. 정녕 언제려나.

남편의 검사가 끝난 후 나는 우유박스를 들고 뒷줄을 거슬러 걸었다. 얼마를 걸어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금발이 단정한 할머니 앞에 우유박스를 살며시 내려놓았다. 피곤하고 우울해 보이던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글/ 최옥자 (글무늬문학사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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