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테레사, 오늘 특별한 약속 없으면 우리 집에서 점심 같이 먹자. 내가 맛있는 고기 구워줄 게.” 2021년 새해 둘째 날 아침에 걸려온 전화입니다. 갑자기 받은 연락이었지만 아내와 저는 고마운 마음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동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워이워이…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가득한 예쁜 동네입니다. 뜻밖의 회식자리(?)를 가진 우리 네 사람은 앞마당에 작은 테이블을 펼쳐놓고 제비추리부터 굽기 시작했습니다. 손맛 좋은 자매님은 직접 만든 반찬이며 김치, 소 불고기에 새우튀김까지 이런저런 것들을 끊임없이 내놓았습니다. 형제님은 담근 지 20년도 훨씬 넘었다는 인삼주의 첫 뚜껑까지 땄습니다.

전날 딸들과 사위들, 손주들이 와서 새해 첫날 가족파티를 가졌는데 다음 날 아침 문득 우리 생각이 나서 부르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분들과는 모발폰이 바뀌면서 서로의 연락처가 없어지는 바람에 몇 년 동안 연락이 두절된 채 지냈는데 한 달 전쯤 끊어졌던 연결고리가 우연찮게 이어져 그 동안 두 차례 만남을 가졌던 차입니다.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렇게 우리를 살뜰히 챙겨주는 분들에게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날도 그분들은 집안 살림이 거덜날(?) 정도로 많은 음식들을 내와서 배가 터질 지경이 됐지만 운전 때문에 그 좋은 인삼주를 즐기지 못한 제가 안쓰러웠던지 두 분은 빠른 시일 내 당신네 집에서의 1박 2일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달이 조금 안 돼서 마침내 우리는 그분들 집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운전 걱정 없이 많은 것들을 맘껏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직접 녹두를 갈아서 돼지고기며 고사리며 온갖 것들을 다양하게 넣어 만든 녹두빈대떡과 막걸리의 만남, 사슴보양탕과 캐나디언위스키의 콜라보레이션, 낚시로 잡은 연어 회와 함께 한 쫄깃함이 일품이었던 수제비… 어느 하나 행복과 감사라는 단어가 붙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통발로 잡은 붕장어와 낚시로 신나게 잡아 올린 연어… 그 동네 연어가 킹피쉬 뺨칠 정도로 특별하게 맛있는 건지 아니면 그 자매님의 칭찬할만한 연어 손질 법 덕분이었는지 하여튼 그 동안 먹어봤던 Australian Salmon 회 중에서 가장 탄탄하고 쫄깃하고 맛있는 회를 그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하룻밤은 짧기만 한 것… 몸무게가 2Kg 정도는 늘었을 것 같다는 기분으로 집을 나서는데 전날 부쳐냈던 녹두빈대떡 한 보따리(?)와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들을 주섬주섬 싸주며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두 분을 뒤로 하며 돌아오는 길… 처가에 들러 기분 좋은 하룻밤을 지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조금 과한 생각일까요?

어찌됐거나 다른 사람을 자기 집으로 부른다는 것, 더군다나 잠자리까지 제공해주며 밤을 보내게 해준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그런 대상에 포함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아무나’는 아닐 것이기에 더더욱 고마움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아내와 저도 좋은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함께 하는 걸 참 좋아합니다. 물론, 그런 자리를 위해서는 모임 전후로 크고 작은 손이 많이 갑니다. 그럼에도 우리 집에 모여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면 조금의 수고를 들여서라도 그런 자리를 종종 만들고 싶어집니다. 우리 집을 즐겨 찾는 분들은 우리 동네 이름을 따서 우리 집을 ‘오렌지 카페’ 혹은 ‘오렌지 리조트’라 부릅니다. 우리 집이 함께 모여 놀기에 좋은 시설들을 잘 갖춰놓은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 집이 ‘편안한’ 이유가 가장 클 터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랑 함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고마운 일이지….” 선배지인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입장일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고맙고 행복한 자리…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대한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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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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