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물렀을 뿐

전화기가 달려온다.
다급하다

출렁이는 맘
흔들리는 운전대에 싣고
늘 가는 길
그대로인데.

30년 깊게 내리지 못한 뿌리가
흔들릴 때마다
두 아들 못 데리고 온
세월의 먼지
바람에 날리고

어느 날은 강일이가 장가를 갔고
어떤 날은 둘째 일원이가 죽었다는
혼 침 속에 일어나는 변화무상한 날들

노인이 고이 간직한 낡은 앨범엔

화려했던 날들이 보인다.

이국 땅 양로원
혼자 몸을 의지한 8년
이름 모를 새도 땅을 치며 통곡하고
나뭇가지도 워워 소리 내어 울었겠지

양로원 28호 침대
다름 없는데

단 한 가지 변한 건
우 할머니가 더 이상 그 방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

함박꽃 내 가슴에서 날려드릴 준비를 한다는 것

잠시 빌렸을 뿐
모두 그대로인데.

 

 

글 / 윤영이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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