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척?!

참 희한한 일입니다. 한 주 한 주, 매일매일 하는 일인데도 늘 바쁨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인쇄소에 파일송고를 마치고 나면 머리며, 어깨며, 허리며, 등이며, 눈까지… 어디 하나 안 아픈 데가 없습니다. 하긴 한국에 있을 때도 한 달에 한번 만드는 여성지나, 일주일에 한번 내는 주간지나, 하루하루 마감하는 일간지나, 바쁘기는 매 한가지였습니다.

‘코리아타운에 광고를 맡기면 확실하다’는 얘기에 부응하고 싶어서, 광고주에게서 자료를 받는 순간부터 고민은 시작됩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맞대고 컨셉을 잡고, 내용을 예쁘게 다듬어 카피라이팅을 마치고, 멋진 디자인으로 광고주의 오케이 싸인이 날 때까지, 코리아타운의 모든 스타프들은 일사불란하게 한 마음 한 뜻이 됩니다.

그러한 연유로 ‘코리아타운에만’ 혹은 ‘코리아타운에 가장 먼저’ 광고를 내시는 광고주들이 2006년 이래로 눈에 띄게 많이 늘었습니다. 광고제작 하나하나에 머리를 싸맨 보람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광고뿐만 아니라 편집에서도 ‘코리아타운에는 여러 가지 읽을거리들이 다양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리아타운에는 ‘코리아타운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애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호주뉴스를 정치, 경제, 사회, 이민, 교육, 부동산 등 각 분야별로 읽기 쉽게 정리해 넣고, 호주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미리미리 알려주는 ‘커뮤니티야 놀자!’와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정보를 한군데에 모아놓은 ‘카운슬 소식’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매주 일정한 주제를 정해놓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획특집’도 우리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언론’이라는 단어 혹은 그것이 가진 ‘비판기능’ 같은 건 아직까지는 언감생심, 감히 꿈도 꾸지 못할 현실이기 때문에 ‘올바른 정보전달 역할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게 코리아타운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목표입니다.

외부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들 또한 잘 정리해서 넣습니다. 잘못된 내용이나 오탈자까지를 그대로 싣거나 ‘보도자료’ 혹은 ‘Media Release’라는 단어까지 그대로 넣어 인쇄하는 바보스러움을 범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은 물론, 문장 한 줄, 토씨 하나를 놓고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한 주 한 주를 좀 더 나은 코리아타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수년째 풀지 못하는 난제(難題)도 하나 안고 있습니다. ‘교민경제가 어려우니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신문 잡지들도 광고비를 10% 혹은 20% 내리자’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기꺼이 동참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틈만 보이면 14년전의 반값, 반의 반값으로 득달같이 달려드는 데는 대책이 없습니다. “TV를 사실 때도 55인치와 32인치는 가격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렇게 설명을 하면 많은 분들이 납득을 하고 이해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슬그머니 매체의 사이즈를 키우고 나서는 이 같은 이야기가 더 이상의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됐습니다. “크기도 비슷한데 왜 당신네만 비싸냐?”고 따지고 들면 참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가끔 그들과 비슷한 부류로 싸잡힐 때는 더더욱 괴로워집니다.

세상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로 하는 제가, 요즘은 지령1000호, 창간20주년을 맞아 본의 아니게 센치(?)해져서 투정(?)을 좀 부렸습니다. 코리아타운 애독자들에게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최원규 선생이 지난호에서 해주신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다시 씩씩하게 달려야겠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대로 스무 살, 어른이 된 코리아타운은 이제 우리 교민사회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칭찬도 하고 호통도 치는 어른이어야 하며 야합, 반칙, 특권, 불의를 질타하는 회초리가 돼야겠습니다. 정도, 정심, 정행을 주창하는 스승이 돼서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빛나는 별이 되고 옳은 것을 위해서라면 머뭇거리지 않고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고고한 외침을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반사된 빛으로 자신을 밝혀 어두운 밤하늘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 생명들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로 서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가슴 깊이 새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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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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