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로서 좀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일들

자녀 초청으로 이민 온 노부모들의 호주 정착에 대하여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이민자로서 좀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일들’이라는 주제로 노부모의 호주 정착, 국제결혼에 대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01_좋은 의도로 시작된 가족합류, 원치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호주에서는 공원, 쇼핑몰, 도서관 등에서 어린 손자손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양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자녀들을 돕기 위해 멀리 이국까지 와서 손주들을 돌봐주는 노부모들이다. 자녀를 위하는 부모들의 이 같은 헌신적인 모습은 매우 존경스럽다.

이번 칼럼에서는 호주로 이주해서 정착한 젊은 부부가 부모초청 비자신청을 통해 부모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성인자녀와 함께 살기 위해 호주에 온 많은 노부모들은 그들이 기대했던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언어문제와 생활 환경의 변화 등으로 고립감과 무력감 속에서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여러 이유 중 호주에 먼저 정착한 자녀들이 연로한 부모를 호주에 모셔오는 경우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어린 자녀를 돌보는 사람이 필요해서 또는 부모를 자식 없이 고국에 남겨두는 것을 원치 않아서 등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의도로 시작된 가족 간 합류가 서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의 부모초청비자로 호주에 이민 온 연로한 부모들과 상담해 온 카스 정착서비스 직원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연로한 부모들이 호주에서 자식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할 경우 앞으로 닥칠 어려운 문제나 그것이 초래할 결과는 고려하지 않고 좋은 면만 상상하고 이주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호주 이주를 결정한 부모들은 본국에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등을 정리하고 이 자금을 3대가 함께 사는 주택구입에 투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부모와 자식간에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는 심한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고국에서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온 부모는 이국 땅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안타까운 처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02_부모 초청 시 환경, 재정 등 장기적 안목으로 신중히 고려해야

한국이나 중국 등 많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3대가 함께 사는 것을 매우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호주에서 자라 서구식 사고와 생활방식을 가진 손주손녀들과 한 공간에서 살게 될 경우 생각지 못한 갈등이 초래되기도 한다. 더욱이 어린 손주들이 자라면서 공간이 좁아지고 심한 경우 손주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독립공간이 필요할 때 조부모는 거실에서 생활하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나가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때 생활비나 렌트 등의 재정적인 문제로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 물론 대안으로 정부주택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신청 이후 대기시간만 해도 3 년, 5 년 또는 심지어 10 년이 걸리는데 언어장벽 등 여러 문제까지 겹치다 보면 급기야 자식, 부모간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다.”

정착서비스 직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은 어르신들이 우리 정착서비스를 찾아온다. 복지혜택이나 정부주택 신청을 위해 오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히 자신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 위해서도 우리를 찾아 오신다. 젊은 부부들은 그들의 부모가 아직 건강해 자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경우는 가족이 함께 살아야 한다며 가족사랑을 강조하지만, 자신의 자녀가 성장해서 부모 도움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부모가 병이 들거나 더 연로해지면 함께 살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 부모는 갑자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라면서 안타까워했다.

호주인들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호주인들의 경우 일찍 은퇴계획을 준비하는 듯하다. 주택융자금을 모두 갚은 후에는 의료 및 장례 보험을 미리 준비하며 평생 동안 일한 자신들을 위해 여행을 하면서 노후를 즐긴다. 건강이 악화되면 집을 팔고 노인케어 시설로 입주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정부 주택을 신청하고 퇴직 후 정부 연금으로 생활한다.

연로한 부모가 호주로 이민 온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카스 정착서비스 직원들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자녀들이 부모를 호주로 초청할 때 모국에서의 연금으로 호주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 또 필요한 경우 따로 살 곳을 마련하는 등 재정적으로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부모가 언어장벽과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등도 세심하게 숙고해보아야 한다. 가족 구성원간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온 가족이 모두 고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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