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별 없는 하늘

이삿짐 가득 어두움 싣는다

노인이 살다 간 정부집 60불짜리 원룸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실로 달려드는

깜깜한 집들

오랜 기다림 그마저 없는

별빛

 

해진 슬리퍼 아직은 저도 필요한지 망서리며 건네주는 옆 집 브루스

비 오는 날이면 지나온 통증까지 짚어주는 중국인 랑랑

내 방 식탁에 놓고 가는 소시지 감자 한 개의 마음을 아는 건지

마당 물줄기 한 쪽을 잡고

별을 먹던 창가의 레몬나무와

방문 앞 통로의 어둠을 찌르던 선인장

슬그머니 일어나 문턱을 드나드는 얼굴들을 향해

별빛 한 상 준비 중인지

마당으로 별들이 몰려온다

 

헐거운 자물쇠 얼굴로

다닥다닥 붙어사는 사람들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같은

지갑 속 흑백사진 한 장이

가슴을 여는 이야기

나는 호주

호주 정부만 모르는 우리들은 호주, 오지 오지 오지*

 

*오지(Aussie): 호주사람의 줄임말로 대부분 사람들이 오지라는 표현을 쓴다.

 

김인옥 (시인·2017년 ‘문학나무’ 시로 등단·시드니 시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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