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단톡방’ 만들어요!

“지금 1208동 주변에서 이상한 남자 하나가 계속 서성거리고 있어요.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데 벌써 30분째 저러고 있네요. 이제, 아이들 학교 끝날 시간 다돼가는데… 모두들 관심 갖고 지켜 봐주세요!”

집안 일을 마치고 잠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던 엄마들의 스마트폰에서 ‘단톡방’ 알림소리가 잇따라 울리고 “조금 전에 지나오면서 나도 봤는데 그 남자 좀 이상했어요. 혹시 몰라서 경비실에 얘기해놨어요”라는 글이 달립니다.

이어서 수십 명의 엄마들이 단톡방에 글을 올리며 혹시라도 벌어질 만일의 사태에 분주해졌습니다. 다행이 얼마 후 그 아파트 주민 한 사람과 반갑게 얼싸안고 안으로 들어간 그 남자는 사전연락 없이 친구 집을 찾아왔던 사람인 걸로 밝혀져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거의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는 요즘, 이 같은 단톡방은 다양한 정보공유와 의견교환의 창이 되고 있습니다. 시드니에서도 주부들이 각종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사이트, 필요한 물건을 공동구매 하거나 중고로 사고파는 사이트 등의 활동이 매우 활발합니다. 코리아타운 사람들도 오래 전부터 ‘코리아타운을 만드는 좋은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회사 단톡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20일, 저에게는 또 하나의 단톡방이 생겼습니다. ‘라이드에 거주하시는 한인들께 좋은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이스트우드 한인사회’라는 이름의 단톡방인데 개설 일주일을 넘긴 이 방에는 현재 78명의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단톡방 ‘이스트우드 한인사회’에는 개설 다음날인 21일, 최근 사전예고 없이 텔스트라 라인을 절단해 인터넷 불통으로 피해를 입은 이스트우드 한인상가들의 피해와 보상에 대해 텔스트라와 논의를 진행한 사실이 공지됐습니다.

다음 날인 22일에는 “화질은 좋지 않지만 걷는 자세와 인상착의를 다시 한번 보시고 제2, 제3의 피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스트우드의 한 사업장에 들어가 직원의 가방을 훔쳐간 도둑의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사진 속의 남성은 다소 뚱뚱한 체격에 흰 모자와 흰 티, 짙은 청색 반바지를 입고 검은색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사업자는 “도둑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상가 뒤쪽에 주차할 경우에도 차문이 잠겨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강풍이 몰아치던 23일 오후 12시 55분에는 “조심하세요. 나무가 쓰러지고 있네요”라는 글이 넘어진 가로수 사진과 함께 올라왔고 6분 뒤인 오후 1시 1분 “카운슬에 연락해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글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1시 55분, 문제의 나무를 잘라내고 주변에 안전장치까지 해놓은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한 시간이 채 안돼 발 빠른 대처가 이뤄진 겁니다.

그리고 엄청난 폭우가 급습한 28일 아침에는 이에 대한 주의와 피해를 입은 사업체들을 위한 SES로의 도움요청 안내, 하수구 범람으로 생긴 침수피해에 대한 카운슬로의 배상청구 가능여부 등을 묻는 글들이 올라오는 등 활발한 활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단톡방 ‘이스트우드 한인사회’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방에 꾸준히 출석, 좋은 정보들을 공유하고 필요한 부분들은 단톡방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분들을 위해 온·오프라인 코리아타운을 통해 알리는 작업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스트라스필드, 리드컴, 시티, 채스우드, 캠시 등을 비롯한 우리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다른 지역들에도 이 같은 단톡방들이 개설돼, 실시간으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민매체들 또한 이를 알리는 작업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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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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