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신발

– 진학 형에게

 

 

하늘은 울 일이 없어 이 땅에 울다 가는 거다

다 울고 오라는 세상

얼굴 내밀며 울지 않으면 엉덩이를 맞는 거야

울러 왔다는 거 잊지 말라고

그래서 피카소도 열심히 그린 우는 여인

 

나는 소리 내어 울고 있는 신발을 본 적이 있지

하늘에 줄 하나 걸어놓고

세상을 내려다보며

떠나는 맨발을 올려다보며

울고 있는 가지런하고 어여쁜 구두를 보았지

울지 않으면 미치고 만다고

우는 아이들이 모여 평화스러운 골목

팀 스프리트 바람이 한참이던 양평의 들판

선아였던가 2월의 외딴 집

열다섯 소녀의 몸속으로 밀고 들어온 검은 구름

그때 울 수 있었으면

바람은 지나가는 거라고 수근 거리는 사람들 앞에서

쉬쉬거리는 힘없는 아비를 붙들고 울었더라면

그 뜨거운 맨발이

눈발 가득한 들길을 피해 갔을까

 

태어나는 것은 모두 아프다고

풍진 세상이 안타까워 예수도 그렇게 울었던 것을

얼굴을 내밀며 울지 않는 아이

그래서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거야

신발 하나 가지런히 놓이기까지

세상은 아픈 거니까

어서 울라고

울어야 견디는 거라고

 

 

김 오 (시인·시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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