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초대형 영희인형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천천히 읊조렸고 살금살금 발을 내딛다가 움직임을 들킨 사람들을 향해 총성이 들렸습니다. 게임이니까… 그냥 총소리만 내는 건 줄 알았는데 하나 둘, 여기저기에서 탕! 탕! 소리가 나며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걸 보고는 “어? 뭐지?”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즐겨 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 추억의 놀이들을 살벌하기 짝이 없는 서바이벌 게임 혹은 살인 게임으로 재해석(?)한 사람들의 연출력이 놀라웠습니다. “나도 저렇게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456억원에 내 목숨을 거는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짧은 고민에도 살짝 빠져봤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오징어게임… 3주 전, 아내와 저도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아홉 편 모두를 한꺼번에 봤습니다. 현실성은 지극히 없는(?) 이야기였지만 오징어게임과 함께 하는 동안은 그 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인간들의 ‘이전투구’를 여과 없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사업자.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가 마크 랜돌프와 함께 설립한 회사로 본사는 캘리포니아에 있다. 처음에는 월 사용료를 받고 우편택배로 비디오나 DVD를 무제한으로 빌려주는 비디오 및 DVD 대여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2007년부터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오징어게임 선풍을 몰고 온 넷플릭스 (Netflix)에 관한 설명입니다. 인터넷 (Net)과 영화를 뜻하는 플릭스 (Flicks)의 합성어로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유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회사는 전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30퍼센트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프라임타임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사용하고 있어 실제로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때문에 매년 케이블TV 구독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이미 2억 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86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50억불, 영업이익은 46억불을 기록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처음에는 친구와 둘이서 ‘월 사용료를 받고 우편택배로 비디오나 DVD를 무제한으로 빌려주는 비디오 및 DVD 대여서비스’로 시작했던 이 회사가 지금은 세계적인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대목입니다.

가끔 “너도 돈도 안 되는 게임만 하지 말고 인터넷을 이용한 돈벌이 좀 해봐라”라며 쓸데없는(?) 푸념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시대가 달라지고 있기에 오징어게임에 참가하는 만큼의 독한 마음을 먹고 덤벼들면 제2, 제3의 넷플릭스 같은 회사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오징어게임 못지 않게 우리에게 핫한 단어가 ‘위드 코로나 (with Corona)’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드니에서도 지난 월요일(11일)을 기해 코로나19 와 함께(?)사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3개월 보름 남짓 동안 손발을 꽁꽁 묶여 지내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자유의(?) 몸이 됐습니다. 저도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접종 받고 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 동안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다가 이제부터라도 쇼핑, 여행, 낚시도 맘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자유의 폭은 조금씩 더 커질 것입니다. 다른 주로의 여행도 가능해지고 해외여행도 조만간 갈 수 있게 되고….

하지만 위드 코로나와 함께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코로나19와의 전쟁 시작일 수도 있다”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위드 코로나를 오징어게임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문득 듭니다. 그저 말로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사랑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정치하는 자들’에게 오징어게임을 한번 시켜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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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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