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운동하는 이유?!

그분은 가히 천하무적,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홍반장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 그때만 해도 동네에는 구멍가게나 식당을 괴롭히는 양아치, 쓰레기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워낙 안하무인인 존재들이었던 터라 동네사람들 모두가 무섭기도 하고 더럽기도 해서 피하는 게 다반사였지만 그분은 조금 달랐습니다. 우덕흥 아저씨… 당시 그분은 환갑을 넘긴 영락없는 할아버지였습니다.

특별히 키가 크거나 덩치가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무거운 것도 번쩍번쩍 들어올리고 평소에도 동네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특히 궂은 일에는 언제나 솔선수범하고 나서곤 하던 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이유 없이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2, 30대 동네 양아치들을 응징하는 건 그분 몫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그분이 혼자서 젊은 친구들 네 명을 메다꽂는 광경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겁 없이 까불다가 환갑이 지난 노인네한테 혼쭐이 나고서는 36계 줄행랑을 치는 쓰레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짜식들이 말이야, 별것도 아닌 것들이…” 하면서 손을 툭툭 털던 그분의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하지만 10년쯤이 지나서 우연히 다시 만났던 그 아저씨의 모습은 옛날 같지가 않았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곳 시드니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고등학교 체육교사 출신답게 2, 30대 못지 않은 근육덩어리, 탱탱한 몸매를 자랑하던 그분이 70을 넘기면서부터는 점차 기력이 쇠해지더니 여기저기 고장이(?) 나서 여러 병원을 찾고 계십니다. 평소 건강관리나 체력관리에 누구보다 철저했던 분이었음에도 역시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70대의 나이에도 항상 맨 앞에서 ‘빛의 속도’로 트레킹을 하던 우리 산행팀 선배회원 한 분도 지난해부터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급기야 산행을 포기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던 우리 옆집 호주인 커플도 한 사람은 치매 때문에 또 한 사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쪽 다리를 잘라내고 둘 다 너싱홈에 들어갔습니다.

아무개가 무슨 암이라더라, 팔팔하던 또 다른 아무개가 지난 주에 심근경색으로 죽었다 더라… 나이든 사람뿐만 아니라 40대 심지어는 2, 30대 젊은 사람들의 발병소식 혹은 사망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아무리 곱씹어도 틀림없는 불변의 진리입니다. 음식도 조심해야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고,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토니씨 부부는 운동을 참 즐겁게,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GYM에서 이를 악물고(?) 운동하는 우리를 향해 지인들이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운동… 하기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사실 저도 오후 다섯 시까지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고 나면 그냥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럼에도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 아내와 둘이 운동가방을 챙겨 드는 건 그야말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에 최소 4일, 하루 한 시간 반 동안 GYM에서 운동기구들과 씨름을(?) 합니다. 토요일 아침에는 역시 일어나기 싫지만, 아침 일찍 산행준비를 합니다.

제가 운동을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가뜩이나 없는 근육이 슬금슬금 빠지는 느낌이 들면서부터입니다. 지금 열심히 운동한다고 속된 말로 갑빠가 튀어나오고 알통이 커질 리는 만무합니다. 몸짱이 되려는 욕심도, 그렇게 될 확률도 없지만 더 이상의 근육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합니다.

한 지인은 ‘잘 죽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고도 했습니다. 웰빙도 중요하지만 웰다잉 또한 중요한 명제이고,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더 중요합니다. 9988234,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 삼일 앓다가 죽는 것… 우리가 운동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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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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