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逆轉)의 시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 ‘갑질’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짓거리임에도 요즘은 그 갑질도 진화(?)가 돼서 슈퍼갑질, 울트라갑질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나도 맨날 당하지만 말고 갑질 한번 시원하게 해봤으면….” 하지만 언제나 말이나 생각에 그칠 뿐, 저에게 갑질은 그저 먼 나라,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매사에 워낙 찌질하다 보니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갑질의 기회마저도 저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초짜나 후배시절에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지만 선배나 상사의 입장이 돼서도 여전히 동료 선후배들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갑질은커녕 오히려 그들을 챙기기에 더 바빴습니다. 항간에서는 반 농담 반 진담으로 기자(記者)를 기자(忌者)로 표기하며 ‘가능한 한 기피해야 할 대상’으로 삼곤 했지만 저는 애초부터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습니다.

인쇄소가 울트라갑질을 하는 이곳에서는 언감생심,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인쇄소가 매체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을의 입장이었습니다. 특히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대형매체들이 인쇄소로서는 명실상부한 VVIP였고 그들은 각종 명절, 연말연시, 창간기념일이 되면 예외 없이 선물공세를 했고 심지어 부서회식비까지 빠짐없이 보내오곤 했습니다. 상황이 그랬음에도 저는 어쩌다 인쇄소 송고시간이 조금 늦을라 치면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찌질한 데스크로 살았습니다.

이곳에 와서도 직원들에게 거들먹거리기보다는 차라리 눈치(?)를 보는 사장으로 지냈고, 팔자에도 없는 건물주 노릇을 하면서는 세입자 입장을 봐주느라 1년도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렌트비도 제대로 못 받은 것은 물론, 궁극에는 이래저래 10만불 가까운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가끔씩은 “내가 너무 만만한가?” 혹은 “내가 봉인가? 호구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에게 부담을 주느니 내가 조금 더 손해를 보고 만다’는 생각으로 살다 보니 늘 밑지는 느낌은 들지만 마음만은 편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함께 해준다면 우리의 삶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훨씬 편안하고 풍요로울 수 있을 테지만 어쩌면 그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1년 한 해를 살아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떠올렸던 단어는 ‘인내’였습니다. 찌질하기 짝이 없는 저로서는 남들은 잘도 하는 갑질은 고사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면서 ‘그러려니…’와 ‘안되면 말지’를 수도 없이 소환하며 저 스스로를 달래고 추슬렀습니다.

내년에는 코리아타운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돼 예전처럼 순탄한 항해가 다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듀플렉스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그리고 빨리 마무리돼 우리 가족의 삶이 보다 편안하게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시동이 걸린 팔자에도 없는 건물주 타이틀 버리기도 내년 초에는 완전히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일곱 식구 모두가 언제나 건강하고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에 멱살을 잡혀 많은 것들을 손해 보며 비몽사몽 지내온 2년 가까운 시간…. 이쯤 했으면 이젠 좀 끝났으면 싶은데도 여전히 “나 잡아봐라” 하는 녀석의 끈질김은 정말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한테 내년 2022년은 후련한 ‘역전(逆轉)의 시간’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과 광고주 여러분도 지겨우리만치 길고 지루하고 힘들었던 코로나19의 터널에서 빠져 나와 하루하루가 기쁨과 행복과 건강이 가득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축제… 마음껏 즐기시고 희망찬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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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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