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자’ 캠페인?!

“이영표 선수가 앞쪽으로 길게 내준 공, 안정환 선수, 달려갑니다. 차두리 선수도 반대쪽에서 빠르게 붙고 있습니다. 아, 그러나 일본 선수가 한발 앞서 옆줄 밖으로 차냅니다. 한국의 던지기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일본 진영에서 힘 없이 우리 진영 깊숙이 날아든 공, 문지기 김병지 선수가 가볍게 잡아냅니다.”

한때 스포츠 중계에서도 외래어 대신 우리말을 쓰자는 운동 혹은 지침이 내려졌던 적이 있습니다. 축구의 경우 터치라인 대신 옆줄, 스로윙 공격 대신 던지기 공격, 파울 대신 반칙, 프리킥 대신 자유축, 골키퍼 대신 문지기… 모든 용어들을 우리말로 바꾸려다 보니 중계방송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가요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남성듀오 어니언스 (Onions)는 양파들, 투에이스 (Two Ace)는 금과 은, 쌍둥이자매 바니걸스 (Bunny Girls)는 토끼소녀, 그룹 런웨이 (Runway)는 활주로, 가수 김세레나는 외국어 냄새가 나지 않도록 김세나로 억지(?)개명을 해야 했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이제부터라도 화이팅 말고 아자아자를 사용하자’는 내용의 글을 썼더니 생각보다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화이팅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전장에 나가면서 ‘싸우자’는 의미의 ‘파이트 (Fight)’를 일본식 발음 ‘화이또’로 외친 데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화이팅 대신 이제부터라도 우리말 ‘아자아자’로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순수 우리말 ‘아자’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잘 극복하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혹은 용기를 주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잘 극복하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를 의미합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몸과 입에 배어있던 화이팅을 한 순간에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제의 잔재로 남아있었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었듯이 많은 사람들이 화이팅 대신 ‘아자아자’를 쓰는 캠페인을 함께 이어간다면 이 또한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짝짝! 짝짝! 짝!’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당시 한국 전역은 물론, 한국인들이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응원구호처럼 말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스포츠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일이나 가요계에 불어 닥쳤던 한글명칭 쓰기 등은 글로벌시대가 돼버린 지금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근본도 없고 국적도 없는 화이팅은 반드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일을 한국정부 차원에서 주도하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겠고 (문화체육관광부라면 해볼 만도 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언급한 대로 고국의 신문, 방송, 잡지, 온라인매체, 전세계 한인사회 매체들 그리고 카카오톡을 비롯,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하면 효율적인 전개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봐서 그런지 한국 TV에서는 정말 화이팅이라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많이 쓰고 있습니다. 출연자들이 걸핏하면(?) 큰 소리로 화이팅을 외치는 걸로도 모자라 커다란 자막을 동원해서 한번 더 강조를 하곤 합니다.

아주 미세한 영향력이겠지만 이번 주부터 코리아타운이 ‘화이팅 말고 아자아자’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코리아타운 지면,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네이버카페 등 SNS 계정을 통해 꾸준히 확산시켜나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참 전부터 화이팅 대신 아자아자를 써오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함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청와대에 국민청원도 하고 싶지만 우선은 한국의 신문 방송에 이 캠페인 참여를 요청해볼 생각입니다. TV에서만이라도 ‘화이팅 대신 아자아자’ 운동에 적극 동참 해준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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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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