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잘 있나

그라믄 됐다

 

나팔꽃처럼 퉁명했던 아버지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나팔꽃은 늘 오므라져

입을 옥다물고 비틀대면서

허리를 숙인 채 햇살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 나팔꽃은

금빛에 둘러싸인 꼿꼿한 내 이름과

백점짜리 종잇장을

햇빛에 내어놓고

그늘막 기둥에 몸을 휘감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나팔꽃 줄기 밟고

기둥 위로 올라오니

저 아래

빛 바랜 구두 속에

고단하게 말라 바스러진 나팔꽃 가루가 보입니다

 

 

글 / 정예지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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