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문제해결의 연속?!

느닷없이(?) 시작된 강풍과 폭우 그리고 천둥번개는 순식간에 온 세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화요일(18일) 밤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무려 80만번 이상의 벼락이 쳤다고 합니다.

시드니와 NSW주 중남부해안을 시속 111km의 빠른 속도로 지나간 강풍과 뇌우의 영향 탓이었습니다. 그날 밤, 시드니 시티에서 뇌우로 인해 1명이 사망했고 3만여 곳에서 정전사태가 빚어졌으며 강풍과 벼락으로 쓰러진 나무들이 곳곳에 널브러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참 종잡을 수 없는 게 호주 날씨인 것 같습니다. 그날 밤 그 시간, 기사 정리를 위해 별채로 내려갈 때만 해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는데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마른번개가 치는가 싶더니 이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도 천둥번개가 무섭게 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그날은 그야말로 클라스(?)가 달랐습니다. 아주아주 가까운 곳에서 쉴새 없이 번쩍거림이 계속되는 데다가 엄청난 천둥소리와 함께 거센 바람에 비까지 심하게 퍼붓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니 창 밖으로 뭔가가 덮쳐 내려오는 게 보였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에 있는 자카란다였습니다. 덩치에 비해 허약한(?) 녀석은 평소에도 바람이 좀 심하게 분다 싶으면 가지가 뚝뚝 부러지곤 하던 터라 이번에도 모진 비바람을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졌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가 잠시 주춤해진 틈을 타 밖으로 나가보니… 이건 상황이 전혀 달랐습니다. 제 허벅지 두 배쯤 되는 어마무시한 가지가 통째 부러져 우리 집 별채와 바로 옆 중국인 집 지붕 위를 덮치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 자카란다 나무가 번개에 맞아 그 꼴이 됐던 겁니다.

정작 저는 못 느꼈지만 그 순간 본채 거실에 있던 아내는 너무너무 가까운 곳에 번개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설마 우리 집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 큰 가지가 통째로 부러져 내렸으니 양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혹시나 싶어 라이드 카운슬에 문의해봤지만 역시나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나무 자르는 사람들을 불러야 하나, 홈 인슈어런스 회사에 연락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그냥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아내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정원가위와 톱으로 쳐냈고 오후에 ‘든든한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결혼 전 “사위가 아니라 아들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해주세요”라고 했던 딸아이신랑이 회사 일을 마치고 득달같이 달려온 겁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손에는 성능 좋은 전기 톱까지 들려 있었습니다.

별채 지붕 위에 올라가보니 여간 해선 꿈쩍도 않는 크기의 자카란다 가지가 누워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쪽 집 지붕에 큰 데미지를 입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딸아이신랑이 크고 작은 가지들을 잘라내고 제가 그걸 아래쪽으로 내리면 아내가 끈으로 묶어 바깥쪽으로 쌓아놓는 3인 1조 노가다(?)가 근 세 시간 동안 계속됐습니다. 어찌나 덩치가 큰 녀석이었는지 거짓말 조금 보태면 픽업트럭 짐칸을 꽉 채울만한 만큼의 양이 나왔습니다.

참… 살다 보니… 우리 집 나무에 벼락이 다 치다니…. 그래도 천만다행이 번개가 나무에 왔고 그렇게 쓰러진 나무가 제2, 제3의 피해를 안준 게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집에 있는 나무에 번개를 맞은 건 엄청난 행운일 수도 있으니 복권을 사보라”고도 했지만 우리는 온전히 우리의 노력으로 사는 사람들… 그런 욕심은 애초부터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평소 ‘삶이란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걸 즐겁게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여 안 좋은 문제들이 생겨도 ‘하늘은 늘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들만 주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제 액땜(?)도 했으니 좋은 일, 행복한 일들만 많이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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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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