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를 자르다

열매 대신 먼저 떨어져 버린 오른 손과 옆구리

톱질한 가지 잡아당기다가 사다리 균형을 잃는다

밧줄을 놓고 왔어

딱딱한 뿌리줄기에 부딪친다

늑골의 울림

 

마지막 때 그 분의 잦은 폐렴은 기침할 때마다 늑골을 흔들어댔다.

아침 이슬 영롱하고 낙엽 지다가 버스 먼지 풀풀 날리어 외면하고 싶던 신작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작동검사

앰블런스 부르지 않아도 갑작스런 왼손잡이

흩뿌려져 개떡처럼 뭉쳐진 잔디가 받아준다

옥토퍼스 여덟 손이 유영하는 바닷속 꿈

 

여름 밤이면 푸드득 날아와 매달린 시꺼먼 주머니들

풋사과를 갉아대며 그네를 타고

죽어가던 2미터 밑둥의 마지막 힘

가지를 8미터 끌어 올린다

떨어져버린 풋사과를 기억하며

죽어가는 꺼칠한 밑둥

가지를 자른다

 

 

글 / 손헬렌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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