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시간 채우기

어제(21일)로 꼭 한 달이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한 달 동안 ‘일주일에 최소 4일, 하루 두 시간’으로 정했던 당초 목표를 아주 훌륭하게 초과달성(?) 했습니다. “아니, 무슨 운동을 그렇게 죽기 살기로 하세요?”라는 핀잔 아닌 핀잔도 가끔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우리가 GYM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기본 두 시간 반, 탄력(?)이 붙으면 세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2박 3일 여행기간을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GYM을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매일매일 쉴새 없이 땀을 쏟으며 운동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이왕 하는 것, 잘 하자!’는 생각은 여기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었나 봅니다. 우리는 이제 어느 정도는 운동기구들에도 익숙해졌고 무게나 속도도 꾸준히 올려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한두 번 게을리하고 빼먹기 시작하면 결국 포기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한 일이 없는 한 운동을 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왠지 팔다리가 조금은 단단해지고 두꺼워져 가는 듯한 착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변함없이 열심히 할 겁니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15년 전, 영주권을 따기 위해서는 IELTS 5.0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지상목표(?)가 정해졌고 그를 위해 저는 6주 동안 팔자(?)에도 없었던 IELTS학원엘 다녀야 했습니다.

매일 퇴근 후 몇 시간 동안 하는 공부였지만 6주 동안 단 하루도 수업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마감작업으로 정신이 없는 목요일 저녁에도 동료들의 양해를 얻어 학원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 악착같음 덕분에 저는 목표치 보다 높은 6.5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제가 이번 운동 프로젝트를 시작한 목표는 단 하나, 건강입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우리 몸을 튼튼하고 씩씩하게 유지해 우리의 행복은 물론, 훗날 우리 아이들이나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건강하고 씩씩해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입니다. 60대의 나이에도 2, 30대 못지 않은 탄탄함을 지니고 있던 분이 70을 넘기면서부터 급격한 체력감퇴를 느끼는 건, 별다른 문제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 같던 이웃집 호주인 커플이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은 너싱홈에 들어가고 또 한 사람은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건 우리에게 충분한 경종이 됐습니다.

토요일 아침 산행에서 그 누구보다도 앞장 서서 씩씩하게 산행을 주도하던 선배회원이 체력의 한계를 이유로 들며 보다 수월한 코스로 옮겨간 것도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분들 같으신데… 인사나 하고 지냅시다.” 며칠 전 노 신사 한 분이 GYM에서 미친(?)듯이 운동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습니다. 전부터 왠지 얼굴이 좀 익은 사람이다 싶었는데 인사를 나누고 보니 그분이 비즈니스를 왕성하게 할 때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고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분은 4년 전 갑자기 풍을 맞아 엄청 고생을 했답니다. “웨스트미드병원에서 안 된다고 내놨는데 한국에 가서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어요. 왼쪽이 완전히 마비돼 전혀 못쓰는 상태였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천만다행이지요. 그 좋아하던 술을 일절 못 마시게 돼 아쉽긴 하지만…” 사람 좋은 미소가 인상적인 그 분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러닝머신 위를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하루에 세 시간 이상씩을 GYM에서 빼앗기다(?) 보니 그 잃어버린(?) 시간을 채우는 것도 과제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뿐… 그렇다고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는 없고 결국 소파에 푹 파묻혀 TV 보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여유롭고 편안한 휴식시간과 맞바꾼 힘들게 땀 흘리는 시간… 지금 그렇게 투자하는 시간이 우리의 나중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고 더더욱 열심히 땀 흘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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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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