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환경에 기인하는 것보다 자신을 관찰하는 것에서 답 찾아야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정신 장애는 불안장애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불안감은 훨씬 더 많아졌고 실제로 불안증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안증으로 진단을 받는 경우도 훨씬 더 많아졌다. “나도 병에 걸려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죽음의 공포와 실직이나 관계의 어려움으로 오는 스트레스가 자신의 불안감을 훨씬 더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제한된 사람들과의 관계나 접촉은 사회적으로 더 고립되어 사람들은 정신건강 문제에 더 많이 노출되었다.

 

01_불안한 감정, 정서적 신체적 학대로 풀어낼 때 가정폭력이

불안장애에는 어떤 특정대상을 향해 두려움과 공포를 경험하는 각종 공포증을 비롯해서 매사에 염려, 걱정, 불안감으로 잠을 못 이루고 힘들어하는 범 불안장애를 비롯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사회공포증, 큰 사건 이후에 반복적으로 그 사건의 충격적 장면이 재현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과 같은 다양한 장애들이 포함된다.

이 모든 불안장애는 ‘불안, 초조, 두려움’이라는 감정적 요인이 들어있다. 불안한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불안한 감정을 다루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것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하기 때문에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까운 대상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누군가의 위로가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성의 경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자신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무척 불안해진다고 한다. 그런 불안감을 느꼈을 때 자신은 남편과 대화를 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그 때 대화를 통해 위로를 받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반면 그렇지 못할 때 밤새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불안감으로 예민해지는 경험을 계속하게 되어 남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생겨 나중에 남편에게 화를 내게 된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로 가정폭력의 이슈가 많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 가까운 가족들에게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의사소통으로 잘 풀어내지 못하고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학대의 형태로 풀어낼 때 그것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이다.

필자는 한국에 가정폭력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시대적으로 경험했던 식민지, 전쟁, 가난, 질병과 같은 수많은 트라우마가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가중시켰고 그 불안감이 가정폭력을 일으키는데 여러 가지로 기여했다고 본다.

 

02_가정에서 일어나는 살인의 90%가 강압적 통제와 관련

실제로 주위에 전쟁에 참전했던 분들 중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그것이 치료되지 않은 채 그 분들이 가정으로 돌아간 후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의 감정적 고통은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으로 나타난 경우가 많이 있었다.

최근 스코틀랜드에서는 가정폭력의 한 형태로 강압적인 통제 (Coercive controlling)가 배우자에게 나타나는 경우에 그것을 범법행위로 명명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호주에서도 강압적인 통제의 문제가 일어날 때 그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강압적인 통제는 배우자의 자유를 빼앗고 감시하며 교묘한 방법으로 배우자를 자신이 원하는 삶에 의존하여 살게 만드는 것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살인의 90%가 이런 강압적인 통제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 강압적인 통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불안감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살지 못했고 부모로부터 강압적인 통제를 받았던 사람들이 많은데 자신이 경험한 강압적 통제를 자신의 불안감을 줄이는데 자신이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한 남성은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의 체벌을 많이 경험했다. 그는 아버지의 체벌을 경험하면서 늘 빨리 커서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벗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성인초기에 호주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호주에서 정착한 후에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아버지에게 경험한 것을 자신도 모르게 반복해서 행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내가 출산을 한 후에 아이가 밤새 우는 것이 자신의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까 봐 아내에게 소리를 쳤고 점점 자신이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면서 아내의 뺨을 때리고 밀쳐내고 물건을 던지는 일들로 이어지게 되었다.

 

03_물질의존, 일시적 편안함은 주지만 건강에 많은 해악을

결국 그는 자신 안에 있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배우자의 삶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것으로 풀어낸 것이다. 불안감을 사람을 통제함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일시적으로 상대방을 힘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나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관계를 파괴시키는 독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감을 많이 느낄 때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물질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흔한 것이 알코올과 기타 약물의 사용이다.  카페인과 술과 같은 것들은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게 하는 요인이 되는데도 일시적인 효과로 인해 장기적인 나쁜 결과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이 있다.

호주에 살면서 관계문제, 비자문제, 재정문제 등을 함께 경험한 어느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불안하고 힘들 때마다 알코올을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잠을 잘 수 있게 도와주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안증세가 더 심해지면서 술을 마셔도 잠을 잘 수 없게 되었고 나중에는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겠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불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대마초나 니코틴의 사용도 마찬가지이다. 일시적으로는 편안함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많은 해를 가져다 주는 것들이다.

평소에 불안, 초조, 두려움,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나의 문제를 환경에 기인하는 것보다 자신을 관찰하는 것에서 답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경우에 초조, 불안,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그 동안 해소하려고 노력했는지를 관찰해서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만약 너무 많은 스트레스 요인이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라면 스트레스 요인을 삶에서 조금은 줄여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고 불안감이 많을 때 파괴적인 방식으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면 그리고 그 요인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관련되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전문가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건강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많이 불안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불안감을 해소한다면 이 또한 지나갈 수 있고 성장하게 만드는 좋은 삶의 과정이 될 것이다.

 

상담사로 일한다는 것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김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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