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소서!

<코리아타운> 창간 20주년을 경축함. 성인은 한국나이로 20세 이상을 말한다. 또한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성인이 되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생기고 담배와 술을 살 수 있으며 온라인 게임사이트에서 고스톱도 칠 수 있다. 마음대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도 된다.

피선거권이 생기고, 담배와 술을 살수 있고, 온라인 게임사이트에서 고스톱을 칠 수 있다는 것은 성인이 되면 자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도 뒤따른다는 의미다.

자신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도 져야 한다. 성인이 되면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위치에서 벗어나 하나의 인격체로서 누군가를 보호해야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올곧은 사회의 발전과 진화를 위하여 옳은 삶의 태도를 견지해야 할 책임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인으로서의 의무는 자신이 몸담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법과 질서를 준수하고 원칙을 따라야 하는 거다. 흔히 말하듯, 어른이 옳고 바르지 못하면 그 사회는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문열이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중편소설이 있다. 소설 속의 내용은 초등학교 5학년 ‘엄석대’라는 아이의 권력과 폭력에 굴복해 한 학급이 굴종과 불의가 난무하는 현장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다.

강압과 협박으로 반장이 된 엄석대는 반장이라는 권력까지 더해 학급 아이들로부터 먹을 것, 놀 것, 학용품 같은 것들을 갈취하고 상납도 받는다. 학급 아이들은 엄석대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시험을 치를 때 마다 각 과목의 우수한 아이들은 엄석대와 시험지 바꿔 치기를 한다. 엄석대는 항상 전교 1등이다.

그렇게 6학년이 돼 새로운 담임선생이 들어서면서 모든 비리가 드러나 버린다. 정의로운 새 담임선생은 엄석대를 매 때린 후, 반 아이들을 모두 책상 위에 무릎 꿇려 앉히고 호통친다.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뺏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또 불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런 너희들이 앞으로 어른이 돼서 만들 세상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이문열은 정치 권력 등의 주제를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불의와 부정의 세상을 신랄하게 꾸짖었다. 지금은 기득권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반동’이라는 비판과 ‘위험한 문화권력’이라는 혐의를 받는 어른이긴 하지만.

어떤 사회든 한 집단을 이끌어가는 개체는 성숙된 어른들이다. 어른들이 일군 세상이 바르지 못하고 불의와 협잡이 난무하면, 그 세상은 소설 속 담임선생의 말처럼 ‘끔찍한 세상’이 되는 거다.

불의와 협잡을 보고 배우며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된 세상은 참혹하다. 바른 세상은 바른 어른이, 또 그 어른의 어른이 일궈내야 하는 거다. 어른들이 바른 세상에서는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고, 바른 아이들이 자라나는 세상은 바른 어른들로 이뤄진다. 바름의 순환이다.

<코리아타운>이 스무 살이 됐다. 보호받고 배우고 익혀야 했던 생성의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됐다. 새 생명으로 태어나 스무 해를 성장했다. 나는 <코리아타운>이 성장해온 흐름을 알지 못한다. 허지만 세상사 그렇듯 모든 것들이 순탄한 공간만은 아니었을 거다.

어찌됐든 <코리아타운>은 성인으로서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른이 된 거다. 지금까지 집단과 사회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생성돼왔다면 이제부터는 집단과 사회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코리아타운>은 몸담고 있는 지역사회의 참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숨쉬고 있는 지역사회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칭찬도 하고, 호통도 치는 어른이면 좋겠다. 야합, 반칙, 특권, 불의를 질타하는 회초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도, 정심, 정행을 주창하는 스승이 되어 어두운 밤 하늘을 밝히는 빛나는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여 옳은 것을 위해서라면 머뭇거리지 않고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고고한 외침! <코리아타운>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것이 <코리아타운>의 정체성이면 좋겠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반사된 빛으로 자신을 밝혀 어두운 밤하늘에 길 잃고 방황하는 생명들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로 서있기 때문이리라.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Previous article서커스 처음 본 날
Next article‘이유’ 나타내는 ‘~から/~だから(~때문에/because)’ 공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