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독설이 필요한 이유

“하아… 정말 못해먹겠어. 식재료비는 이것저것 계속 오르지, 은행 이자도 갚아야지, 세금도 내야지, 최저임금도 올랐지… 하루하루가 아주 힘들어. 게다가 이 사람들은 상도덕은커녕 아예 양심도 없는 양아치, 쓰레기들이야.”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10여년 전부터 서울에서 자그마한 냉면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K 선배의 넋두리입니다. 그 선배는 기자 시절부터 사람이 워낙 올곧아 속된 말로 ‘장난을 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냉면 육수는 물론, 수육이나 다른 메뉴들도 자기 가족들이 먹는 것처럼 좋은 재료에 온갖 정성을 쏟아 만들어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자 출신들의 뻣뻣함(?) 대신 그는 손님들에게도 친절을 다하고 종업원들에게도 동네 아저씨 같은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줍니다.

처음 가게를 인수했을 때는 얼마간 힘이 들었지만 자리를 웬만큼 잡고부터는 선배의 냉면집은 순풍에 돛 단 격이 됐습니다. 음식과 서비스에 진심 어린 정성이 들어가는 만큼 단골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기자 시절, 많지 않은 봉급에 허구한날 야근에 주말도 없이 뛰어다니며 아내와 가족들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선배도 냉면집을 운영하면서부터는 비로소 안정과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선배 가게 주변에 비슷한 식당들이 생기더니 이른바 장난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도 나름 잘해보려 노력은 했겠지만 장사가 잘 안 되자 터무니 없이 싼 가격으로 냉면을 팔기 시작한 겁니다.

게다가 이 선배는 성격이 워낙 깔끔해 특별 주문한 놋쇠 냉면그릇을 쓰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릇이 좋아서 손님이 많다고 생각했는지 그릇까지 비슷하게 베껴갔습니다. 나중에는 그래도 안 되겠던지 여름세일이니 뭐니 하면서 냉면 값을 절반으로 뚝 잘라 경쟁하듯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냉면에 무슨 원 플러스 원 세일이 있어? 그 사람들 보나 안보나 고기니 뭐니 죄다 엄청 싼 거 갖다 쓰면서 대충대충 할 텐데… 그걸 모르는 손님들은 싼 맛에 그쪽으로 가는 거고…. 우리도 어지간하면 가격을 내려볼 텐데 그렇게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질이 떨어지게 될 거고… 우리 가게 믿고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는 거거든.” 선배는 요즘은 어찌어찌 식재료비 내고 종업원들 월급 주고 세금 내고 나면 본인 가족 생활비 챙기기도 빠듯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니, 이걸 팔겠다고 만들었어요? 이런 음식을 누가 돈 주고 사먹는대요? 어휴… 나는 도저히 못 먹겠어요. 이런 음식을 파는 건 죄악이에요. 죄악.” 한국 SBS TV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씨가 내뱉는 독설 중 일부입니다.

후미진 골목의 별볼일(?) 없는 작은 식당들을 찾아 그 집의 문제점을 백종원씨가 직접 진단하고 개선책을 제시해 ‘성공하는 식당’으로 거듭나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도 몇 차례 그 프로그램을 봤는데 가끔은 ‘어떻게 저런 재료와 저런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만들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백종원씨가 식당주인을 앞에 앉혀놓고 막말을(?) 퍼부으며 음식을 휴지에 뱉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는 ‘어쩌면 저렇게까지 심하게 얘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비난을 받을 만한 식당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렇게 독설을 딛고 스스로의 문제점을 해결한 골목식당들은 손님들의 발걸음이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착한 K 선배가 정성 들여 운영하는 냉면집을 괴롭히는 양아치, 쓰레기들도 백종원씨의 독설을 듣고 다시 태어나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문을 닫아주든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어떤 업종에서든 독버섯처럼 존재하고 있고 쉽게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작은 격려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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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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