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일상복귀 #9232022-07-23 22:48

일상복귀

 

몇 년 하고 나면 힘이 덜 들거나 안들 줄 알았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여전히 헉헉댑니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10년도 훨씬 넘게 이 길을 걷고 있는 선배회원들도 이구동성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에도 숲 속을 걸으며 접하게 되는 짙은 나무냄새, 숲 냄새는 언제나 정겹고 고맙게 다가옵니다. 매주 달콤한 아침 잠과 맞바꾸고 하는 산행이지만 그렇게 토요일 아침을 시작하고 나면 하루가 길고 일주일이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모처럼 매주 걷는 코스를 벗어나 크로스랜드 (Crosslands)의 새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늘 이런 사정과 저런 이유들로 산행에 빠지는 멤버들이 생겨나게 마련이었지만 그날은 시드니산사랑 멤버 스물 두 명 전원이 모였습니다.

 

산행 후 오랜만에 가진 한낮의 바비큐 파티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불 판 위에서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지는 고기에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정겨운 이야기들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좋은 산행을 올해는 정말이지 띄엄띄엄했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어쨌거나 매주 한번도 빠지지 않고 산행을 하지 못한 건 제 스스로에게도 참 많이 미안한 일입니다.

 

꽤 오랫동안 멀리했던 우리 집 러닝머신도 지난주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 집에서 하루 한 시간 정도를 러닝머신과 함께 하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 또한 게을리했던 겁니다.

 

올해는 그 좋아하는 낚시도 거의 못하고 한 해를 다 보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갔던 아쿠나베이도 그렇고 연어 낚시를 하는 비치에도, 뉴카슬에도 올해는 거의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이렇게 생활리듬이 깨지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신 없이 지나 어느덧 2017년의 종착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일상으로 돌아온 요즘이라 조금씩 정상 페이스를 되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월요일이 시작됐는가 싶으면 어느새 목요일이 돼있고 금요일에 새로 나온 코리아타운을 받아 들고 나면 곧바로 다음 주 코리아타운을 준비해야 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 그럼에도 토요 산행을 하고 일요일 아침 성당에 다녀오는 일정을 되찾고 나니 마음이 많이 평화로워졌습니다.

 

벌써 몇 년째 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난무하는 덤핑공세 때문에 올해에도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모든 것들이 다 오르는 상황에서 15년 전의 절반 혹은 그것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달려들면 어쩌자는 건지내년에도 이 같은 부담을 또 안고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숨이 차옵니다.

 

7개월 남짓 동안 계속돼왔던 내 사랑 에이든과의 반 동거?! 제가 회사업무에 정상복귀 하면서 녀석과의 만남의 기회는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일주일에 4일을 녀석과 뒹굴던(?) 시간이 그리워지며 문득문득 보고 싶어집니다.

 

에이든이 데이케어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집에 들르는 날이면 녀석을 만나기 위해 저는 칼 퇴근 후 총알같이 달려갑니다. 지난 월요일 오후, 방에서 자동차를 갖고 놀던 에이든은 할아버지 왔다!’는 소리에 현관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와 저에게 와락 안겼습니다.

 

그날의 30분짜리 만남이 너무 짧았던 탓인지 수요일 오후에 녀석이 다시 우리 집을 찾았습니다. 살그머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녀석이 유리문 안쪽에 서서 저를 보며 싱글싱글 웃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제 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는 정신 없이 문 쪽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그날은 녀석과 그렇게 세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갖가지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가득했던 2017년을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최고의 원동력은 바로 내 사랑 에이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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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